장공의 삶

[장공의 삶] 9장 : 영원의 끝을 살다(1983-1987년) -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촉진하다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8-21 09:08
조회
240

[장공의 삶] 9장 : 영원의 끝을 살다(1983-1987년)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촉진하다


1985년 1월 7일 김재준은 함석헌, 지학순 등 재야인사 22명과 함께 시국의 중대한 문제를 상의하는 ‘재야 간담회’를 조직했다. 열흘 후 김대중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김재준, 함석헌, 이병린, 홍남순, 그리고 이태영의 이름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민주한국 건설에 이바지한 김대중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독재 정권 아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민주화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316)


며칠 후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에서 김재준에게 “민주 실현과 통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부탁해 왔다. 이 모임은 박형규가 시무 하는 제일교회 사태를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제일교회 사건이란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박형규를 살해하기 위해 보안사가 폭력배를 동원하여 교회 내부 갈등을 조장한 사건이다.317) 기념관 주위에는 이미 수백 명의 군경들이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박형규가 시무하는 제일교회에도 군경 한 소대가 포위하고 있었다. 향린교회에 들러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강당에 모인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갔더니 강당은 수 백 명의 목사와 전도사로 가득 차 있었다. 수명의 목사들이 폭력배에 의 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고 경찰은 이를 묵인했다. 참여한 목사와 전도사들은 기독교회관에 모여 구속된 교직 전원 석방과 폭력배에 대한 처단을 요구했다. 이 소문을 들은 당국은 모두 석방시켰다.


“나라의 근본은 국민입니다. 유교에서의 정치이념은 민본주의였다고 하겠습니다. 이 민본주의만으로서도 백성은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통치자가 국민을 종같이 또는 짐승같이 천대하거나 수탈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은 집권자의 소유물이 아니고 나라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318)


김재준은 인간의 존엄을 하나님으로부터 찾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은 신권으로 이해했다. 인권을 유린하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만행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유린하는 셈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 존엄을 하나님 형상이란 인간의 존재양식 자체에 둡니다. 인간을 유린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유린하는 것이며, 인간을 모욕하고 압박하고 살해하는 것은 하나님 형상을 짓밟고 뭉개고 죽이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모독 행위입니다.”319)


김재준의 인권 운동은 인간 이해로부터 찾을 수 있다. 1985년 7월 27일 김재준은 함석헌이 인도하는 한국 퀘이커대회 여름 모임에 주제 강연 강사로 초빙되었다. 이 모임의 장소는 한신대 신학대학원 강의실과 강당 이었다. 숙소는 학생 기숙사를 제공했다. 김재준은 “역사의 원점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인간 문제에 대해서 말했다.


“성경의 창조 설화에 보면 하나님의 첫 창조, 즉 원점에서의 첫 전개는 시간이었다. …… 그런데 문제의 초점은 인간이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은 자유하는 주체적인 존재자였기 때문이다. 창세기의 창조 설화에 의하면, 인간은 하나님 자신의 형상대로 지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인간도 영적 존재자일 것이며, 하나님은 시간 공간에 구애되지 않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인간도 시공간에서 자유하는 존재자였을 것이다. 몸도 영적 질서에 속한 영의 몸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생명의 주이시며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죽음이 없다. 영원한 삶이 있을 뿐이다. 인간도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본래적으로는 죽을 자 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생명이 정상태요 죽음은 변태라 하겠다. …… 우리가 소위 하관식을 할 때 ‘육신은 흙으로, 영혼은 하늘로’라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분리된 존재로서의 인간은 인간일 수가 없다. 산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으로서의 인간, 영체로서의 몸, 생명의 주이신 하나님 날개 안에 품긴 인간의 작은 생명인 경우에는 인간 생명의 영성과 영생, 그 몸의 영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경우를 생각한다. 그리스도 신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속죄의 죽음을 보고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영원한 생명의 영광스런 영체를 본다.”320)


김재준은 참 종교인은 생사의 두려움을 초월하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한다. 그리스 철학적 이원론을 과감히 거부하고 히브리적 사유로 회귀한다. 신령한 몸으로 변화 받은 ‘영체의 불사’를 믿었다. 이러한 김재준의 인간 이해는 탁월한 진리 증언이며 신앙고백이다.321)


김재준은 충남 청포교회 창립 80주년 기념예배 설교를 맡아서 막내아들 관용과 며느리 정희를 데리고 갔다. 청포교회는 기미년 3ㆍ1 선언 때 독립선언서가 발표되고 만세소리가 울려 퍼진 곳이었다. 그들의 손에 세운 창영소학교는 폐교령이 내리고 많은 주민들이 투옥된 곳이기도 했다. 김재준은 그들의 역사적 사건들을 전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받아 역사에 길이 남을 교회가 되라고 몇 가지 당부했다.


(1) 교회는 어떤 세상 정권을 믿는 것이 아니고 삼위일체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교회는 주식회사가 아닙니다. 교회는 성령의 기관입니다. (2) 교회는 그 있는 고장인 역사가 그리스도의 역사로 변질하게 하는 책임을 집니다. 세상권력에 동질화(Conform)할 것이 아니고 그것을 변질(Transform)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3) 교회는……대다수의 민중의 친구가 되고 그 대변자가 되어야 합니다. (4) 교회는 정의에 불타는 학생들, 탐욕자에 희생되는 절대 다수의 밑바닥 노무자, 실직자들의 친구가 되고 적어도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5) 교회는 좌절 없는 희망의 등대여야 합니다. 하나님 안에는 실망이 없습니다. ……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6) 우리는 전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지체입니다. 그리스도와 우리 교회와 역사와 자연이 하나 되는 사랑의 대조화(大調和)에서 우리 인류 역사는 그 완성의 종말에 삼켜집니다.322)


김재준은 교회가 역사적 책임을 지고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했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교회, 세상의 등대가 되는 교회, 그래서 교회와 역사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전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소망했다. 더불어 김재준은 목사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보다도 목사는 시인이어야 한다. 시인은 결코 자기를 속이지 못한다. 시에는 타산이 없다. 목사는 적어도 시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문학을 좋아해야 한다. …… 그리스도는 시혼(詩魂)이 ‘샘’처럼 넘쳐흐르는 분이었기 때문이다.”323)


김재준은 목사가 다른 종교나 종파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길 바랐다.


전 우주만물이 하나님 안에서 한 생명공동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사는 그 공동체의 일꾼이기 때문이다.


[각주]


[316] “민주통일과 현실”, 『전집』 제17권 418.
[317] “민생과 인권”, 위의 책, 18.
[318] “歷史의 原點 포착과 歷史 발전”, 『전집』 제18권, 78-79.
[319] 김경재, 『김재준 평전』, 183.
[320] “교회의 뿌리”, 『전집』 제15권, 41.
[321] “목사의 심정 ①”, 『전집』 제15권, 41.
[322] 강원용, 『역사의 언덕에서 4 : 미완성의 민주화』(한길사, 2003), 285.
[323] 김희헌, 『하나님만 믿고 모험하라 – 장공 김재준 목사 어록집』(너의 오월, 201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