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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4호] 권두언 - ‘집단적 기억’을 이어낸다는 것 / 김상근 목사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7-05 09:26
조회
563

[제4호] 권두언

‘집단적 기억’을 이어낸다는 것

김 상 근 목사
(본회 재정이사)

인류사회의 발전 모델이 여러 가지일 것이다. 이른바 ‘집단적 기억’을 통하여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 바로 경험하고 있다. 3·1 독립만세운동, 4·19 학생의거, 그리고 5·18 광주민중항쟁, 6·10 민주항쟁으로 이름 매겨지는 197,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기억이 지금 바로 우리 사회를 이렇게 창조해 가고 있다. 우리는 그 진행의 복판에 살고 있다.

우리 기독교가 오늘에 이른 것도 예수에 대한 ‘집단적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그 기억은, 처음에는 사적 기억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억을 집단화했다. 이 일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기독교를 낳았다. 인류가 영원히 추구할 만한 가치를 만들었다. 교회공동체를 낳았다. 2천년의 시대를 만들었다. 기억의 집단화는 이만큼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평생 사표로 삼을 만한 스승과 선배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 스승들에 대한 기억들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 사적 기억들을 집단적 기억으로 승화시켜내야 한다. 우리가 여러 스승과 선배들을 기념하자 하고, 이런 저런 사업을 하자 하는 데는 바로 이런 의도가 있다. 모름지기 그리해야, 우리의 스승과 선배들에 의해 이루어진 공동체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 시대를 창조해갈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을 우리 다음 세대에 이어줄 책임이 있다. 그 가치가 바르다면 그래야 한다. 거기에 예수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진실이 있다면 그리해야 한다. 이것은 소중하고 또 소중한 일이다.

우리에게 걱정이 있다. 우리의 후배들이, 기억할 만한 스승과 선배가 있어 우리 세대는 행복하다고 스스로 자랑할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후배들이 기억할 만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 남기지 못한 초라한 선배가 되는 것이 괴롭고 아프다. 너무 평범했다. 너무 범속했다. 그렇기에 이어냄의 일을 통해 우리가 좀 나은 선배가 되고자 몸부림하는 것이리라.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4호] 2005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