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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8호] 권두언 - “이렇게 만나보면 다 아는 것이지 뭐!” / 김대식 목사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7-05 14:10
조회
645

[제8호] 권두언

“이렇게 만나보면 다 아는 것이지 뭐!”

김대식 목사
(본회 이사 / 공능교회 은퇴목사)

長空 先生은 그 호만큼이나 그의 사상이나 삶이 높고 크고 넓어서 그를 만난 분들의 경험이 매우 다양하고 다채로운 것이 사실이다. 여러 신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이 선생의 사상을 깊이 해석하고 논술하여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생에 대한 학문적․사상적 접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의 삶이라고 본다. 장공 탄신 100주년 기념으로 편집 출판된「장공이야기」가 있지만 보다 폭넓은 분들을 대상으로 선생과 만난 경험들이 발굴되었으면 싶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선생의 감추어져 있는 사생활이라 하겠다. 그의 자녀 사랑이든가, 아내 사랑, 교우관계, 그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갈등, 심지어는 그의 실수나 실패 같은“인간 장공 평전”을 기대해 보는 것이 시기상조일까?

한 시대의 인물이나 사상도 세월이 지나가면 신화화․화석화되기 쉽다. 더욱이 큰 사상을 좁은 틀에 가두어 놓고 어느 한 시대나 한 조직 속에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예수님의 생존 시에도 그의 제자들이 자기들과 호흡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과 편가르기를 하고 자기들만의 예수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가?(눅9:50)

비판에 견뎌내지 못하는 진리는 참 진리가 아니다. 오히려 오늘 우리는 장공 선생의 큰 폭과 넓은 도량을 훼손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엘리야가 만난 하나님 경험처럼‘폭풍이나 지진이나 불 속에서’가 아닌‘세미한’ 음성 속에서 만난 경험들이 기장인뿐만 아니라, 밖의 사람들에게서 들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

70년대 초 서울의 산동네 작은 교회에 부임했을 때이다.

천성이 수줍음을 많이 타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든 나인지라 강의실에서 뵈었던 선생이었지만 별로 가까운 교류가 없던 터였다. 무슨 용기가 났던지 위임식 설교를 부탁드리려고 찾아뵙고 넙죽 엎드려 인사를 드리며“목사님 저를 잘 모르실 것입니다”, 하니 선생께서는 예의 황소 웃음으로 빙긋이 웃으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이렇게 만나보면 다 아는 것이지 뭐!”

이 소박한 말씀이 세상의 모든 다름을 포용하시는 장공다운 모습이 아닌가? 지금도 되새긴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8호] 2008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