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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7호] 권두언 - “평범한 삶 속에 묻어 있는 그리운 장공의 해학” / 나길동 목사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7-05 11:35
조회
759

[제7호] 권두언

“평범한 삶 속에 묻어 있는 그리운 장공의 해학”

나길동 목사
(본회 이사 / 대구 수석교회 명예목사)

長空이란 도자기에 담겨 있는 보화는 무궁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 보화들이 장공의 삶 전체에서 조화를 이룰 것이라 볼 때 어떤 것은 귀하고 어떤 것은 천한 것이라 치부해 버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졸업을 앞두고 사은회를 하는데 서로 시시덕대든 학생들에게 갑자기 “식기도 하겠습니다.”하니 기도하면서도 킬킬대고 웃는 친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때 짓궂은 한 친구(유명한 부흥사가 된 고○ 목사)가 김재준 목사님에게 “목사님, 애들이 기도할 때 웃었습니다.” 하니, 장공 왈 “기도할 때 우는 자들도 있는데, 웃는 걸 가지고 뭘 그래!” 하시더란다. 융통성이 많은 이 친구도 할 말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장공의 고상하고 깊은 학문, 윤리, 그리고 경건 등의 연구가 필요할 줄 안다. 그러나 장공의 평범한 삶 속에 널려 있는 인간미, 풍자, 그리고 예외적인 면에서 풍기는 면모가 보고 싶다. 장공도 욕을 했을까? 어떤 욕을? 장공은 도무지 장난도 안 쳤을까? 장공의 단점은? 또 수치스러운 면은 뭘까? 故 H옹은 유명한 스캔들이 있어서 화제였다는데 장공은 그런 스캔들도 없단 말인가? 예수도 막달라 마리아가 있었듯이 말이다.(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는 좀 야릇한 관계인 것만은 틀림없다.) 너무 고상한 면만 다루다보면 사람을 천사나 그리스도로 오해하는 수도 있다. 실제로 장공을 결정적으로 높여주고 유명인사로 부각시켜 준 것은 장공의 심오한 학문이라기보다는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장공을 매장하려든 상징적 인물인 박형룡 박사 때문이 아닐까!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승리의 손을 들어 주신 분은 물론 하나님이시다. 별 볼일 없고 얌전만하고 수줍은 구약학자! 그냥 놔두면 평생토록 신학교에서 히브리어나 가르치다 말 장공을 세상에 널리 알려 일약 한국의 대표적 신학자로 세우신 분은 분명히 하나님이시다.

글재주가 없는 필자에게 권두언을 쓰라하기에 평소 생각하는 것을 써 보았다. 이제까지는 너무 고상하고 고차원적 학문만 시도해 온 것 같다. 장공의 평범한 삶 속에서 좀 부정적이고 해학적, 그리고 풍류적인 면은 없을까! 장공의 삶 속 그것들을 펼쳐놓으면 그 분을 존경할 수 없게 될까? 그런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장공을 더욱 존경하리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어떤 약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장공을 장공되게 하는 한 요소일거라고 믿는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7호] 2008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