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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10호] 권두언 - “참된 스승인 김재준 목사” / 문동환 목사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7-05 15:39
조회
749

[제10호] 권두언

“참된 스승인 김재준 목사”

문동환 목사
(본회 고문 /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내가 김재준 목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36년, 중학교 2학년 때이다. 그가 처음 교실에 들어오셨을 때의 인상을 잊을 수 없다. 수줍은 듯이 교단에 서시어 천정과 땅바닥을 번갈아 보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를 “天地” 선생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조용조용 하시는 말씀에는 어디엔가 무게가 있었다. 그래서 좀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그를 따랐고 학교의 종교부는 크게 확장이 되었다.

우리는 그가 어떤 분인가를 ‘낙수’라는 그의 책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책의 초점은 “삶”이었다. 이 소중한 삶을 어떻게 피어나게 할 것인지를 문제 삼으셨다. 그리고 특히 이 삶을 그릇되게 포장하는 바리새적인 외식을 강하게 규탄 하셨다.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946년 봄에 조선신학원의 학생이 되면서였다. 만주에서 피난 나온 나와 내 형은 일 년 동안 김 목사님 사택 윗방에 머물면서 공부를 했었다. 당시 학원의 원장은 송창근 박사이었고 김재준 목사가 학감이셨다. 그리고 한경직 목사가 교회사를 가르치셨다. 이 세 분은 프린스톤 신학교에서 공부하실 때 앞으로 한국의 신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자고 약속한 말하자면 3총사였다.

그런데 평양신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전학을 한 학생 십여 명이 김재준 목사님의 강의에서 성서무오설, 처녀탄생, 예수님의 부활 등을 부인한다고 하면서 이를 총회에 고발을 하여 총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렇게 되자 우리 몇몇이 한경직 목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그는“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얼마 뒤 다시 찾아갔더니 “너희들도 목회를 해보아라. 장로님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어!”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장로들이 반대를 하면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점점 확장이 되자 송창근 박사는 김재준 목사님에게 소신을 굽힐 수는 없지만 적당히 말을 고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김재준 목사는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지 ‘적당히’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글을 쓰셔서 발표하셨다. 그 글을 등사판에 긁어서 인쇄한 것이 나이기에 그 때 분위기를 명확히 안다. 이렇게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라고 명확히 말씀을 하셨다. 그것은 삶을 소중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진리만이 삶을 소생케한다는 것을 믿으셨기 때문이다. 구약 예언자들의 자세가 그런 것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953년 총회시 이단으로 정죄를 받았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를 규탄했던 교단에서까지 그의 공헌을 인정하고 그를 높이 존경한다. 진리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우리는 관심의 초점을 “삶”에 두어야 한다. 옳고 그른 것을 명확히 분별하고 거침없이 이를 밝혀야한다. 김재준 목사님 시대에는 보수적인 외식이 문제였지만 산업문화가 생태계와 인간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오늘 밝혀야 할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고 이를 온 천하에 밝혀야 한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10호] 2009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