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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11호] 권두언 - “한신과 기장의 뿌리” / 이해동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06 07:36
조회
656

[회보 제11호] 권두언

“한신과 기장의 뿌리”

이해동 목사
(본회 부이사장 /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이사장)

장공 김재준 목사님의 사랑과 영향을 받은 제자들은 무수히 많다. 외람되지만 나도 그 중의 하나이다. 내게 이 어른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

나는 이 어른에게서 신앙은 생활신앙이어야 함을 배웠고, 그 삶의 길에서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을 깨우침 받았다. 그 가르침대로 온전하게 살지 못한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크다. 그러나 삶의 방향만은 생활신앙 쪽으로 잡고, 매사에 긍정과 부정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사는 날까지 그러고 싶다.

이 어른의 가르침은 공허한 말이 아니다. 학교 강의실에서만, 교회 강단에서만 행해진 가르침이 아니다. 이 분의 맑은 품성에서, 이 분의 고매한 인격에서, 이 분의 청빈에서, 이 분의 굽힘과 꺾임 없는 한결같은 삶에서 울어나 많은 제자들과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고 번지는 산 가르침이다.

모두가 익히 알다시피 이 어른의 아호가 長空이다. 만우 송창근 목사님이 지어주신 아호라는데 이 어른의 삶의 내용과 모습에 딱 어울린다. 長空, 막힘이 없고 거침이 없다. 한없이 높고 깊고 넓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천체들이 운행하고 있지만 고요하고 잔잔하다.

이 어른의 품은 말 그대로 長空이었다. 이 어른의 학문과 활동의 폭은 기독교 영역이나 교회 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바른 신앙수립과 교회갱신을 비롯하여 사회개혁과 민주화와 평화통일 그리고 세계평화와 인류구원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聖과 俗을 다 아우르고 있다. 그렇게 폭넓은 활동 가운데서도 결코 정도에서 벗어남이 없으셨다. 늘 고요함과 잔잔함으로 한결 같으셨다.

이 어른의 삶의 중심에는 오직 예수로 말미암는 진리가 살아 활동했다고 나는 확신한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 어른은 진리 안에서 자유인으로 사셨다(요한복음 8:31~32). 오직 진리에 매이심으로 모든 비 진리로부터 자유로우셨다. 그 자유혼으로 옳지 않은 거대한 교권세력으로부터의 극심한 박해에도 바위처럼 끄떡하지 않고 버티고 이겨내셨다. 그래서 마침내 한국교회의 신학화 작업은 시작되었다.

이 어른이 없었던들 한신대학교를 거론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세를 빼고 출애굽 한 이스라엘 민족공동체를 생각할 수 없고,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빼고 초대교회의 탄생을 논할 수 없듯이 長空 김재준 목사님을 빼고 한신이나 기장을 말할 수는 없다. 長空 김재준 목사님은 명실 공히 한신대학교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뿌리다.

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열매가 풍성히 맺히려면 뿌리가 실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한신의 정체성과 기장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확립하려면 長空의 가르침과 그 올곧은 삶을 우리들의 삶의 근간으로 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출애굽사건 또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부단히 회상하고 기억함으로써 잘못된 삶의 자리를 고쳐 잡듯이 우리 한신인과 기장인은 끊임없이 장공을 회상하고 기억함으로써 정체성을 회복 확립함과 아울러 오늘의 역사에서 바른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長空기념사업회의 책무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장공을 아니 잊어버리고 거듭거듭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하겠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11호] 2010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