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02-2125-0162
changgong@hs.ac.kr

長空 회보

[회보 제23호] 권두언 - 다시 장공의 가르침 앞에 서다 / 인금란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1 13:37
조회
843

[제23호] 권두언

다시 장공의 가르침 앞에 서다

인금란 목사
(기장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총무)


이 땅에서 사는 일이 힘겹고 슬픈 시간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모여 서로 힘을 내고 함께 기도하며 치유하자고 우리 회원들은 잘도 모였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세상에 빛이 될수 없는 시대,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때마다 우리의 삶이 고통스러워 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서로 일깨우는 여신도회원들이 있어 버텨왔다.

신앙의 생명은 파스카

여신도회 제80회 총회가 지난 5월 26일 열렸다.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다. 성서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시작이자 변화를 뜻하지 않는가? 그 40년을 두 번 보낸 지나 온 역사를 조명하고,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80주년 표어를 정했다.

“신앙의 생명은 파스카입니다. 생명의 물줄기로 마른 땅을 적시고 막힌 담을 허물게 하소서.”

Giotto, Crocifissione, Cappella degli Scrovegni Padova (c. 1303-1305)

파스카 인간은 건너가는 인간을 말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한 체험에서 다음 체험으로 건너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성서의 두 인물, 모세와 예수님의 생애를 공부하였다. 왜 하필 모세의 생애인가? 모세는 구원의 역사를 산 사람이요, 자기 스스로 하나의 여정을 걸었고 자기 백성에게도 걷게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죽음에서 생명에 이르는 우리의 건너감을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우리를 위해서, 우리도 건너가게 하시려고, 또 우리의 부활한 파스카가 되시려고 죽음을 건너가신 분이다. 80세에 “신발을 벗어라.” - 나를 너의 이념의 틀에 가두지 말아라, 내가 너를 나의 계획 속에 넣어야 함이 옳다. 자신의 방법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에 흡수되고 통합되도록 마음을 비워라. - 하시는 의미를 깨달은 모세에게 구원의 역사는 시작된다. 모세는 무엇을 하기로 결단했는가?

생명·평화·정의의 물줄기로

예수 안에서 변화를 받고 스스로도 변화되어 공동체의 변화를 이끄는 파스카 인간, 파스카 여신도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때를 따라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분주한 우리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셔서 영원히 추구해야 할 목표, 1985년 장공 김재준 목사님께서 우리 회에 써주신 휘호 ‘생명ㆍ평화ㆍ정의’의 물줄기로 여전히 흘러야 함을 일깨우셨다. 그 시대 여신도회 인권위원회가 영치금 마련을 위해 목사님께 받은 장공접시(우리는 이렇게 부른다)와 등받이였지만 그때 이미 21세기 기독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신 우리의 어르신이시다. 제10차 WCC 총회의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였고 이 가치는 또한 일생동안 추구해야 할 우리 모두의 가치이리라.

우리 여신도회는 1980년 생명문화운동을 선교과제로 삼고 생명을 품은 우리의 물줄기, 오늘까지 쉼없이 흘러온 그 물줄기가 여전히 닦고 이루어야 할 신앙의 가치임을 재확인 하였다. 우리로 목마른 땅에서 당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생명의 물줄기가 되자는 결단,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하자는 결단, 평등한 세상을 열어가지는 결단을 하면서 이 일을 위해 우리의 지도력을 키우자고 마음을 모았다.

[장공이 여신도회에 써주신 휘호]

다시금 파스카 신앙인의 마음으로

청년 시절 어떻게 살아야 하나 번민할 때, 산동네 야학으로 나를 데려가셔서 이 세상에 힘겹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셨다. 그것은 헤세의 데미안을 구구절절 외우고 다니던 내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그 말의 의미를 머리에서 삶으로 받아들이는 시초가 되었다.

앞길이 막연하고 현실은 부정하고 싶은 일로 가득할 때 떠올리는 그런 선생님이 계시다.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신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바른 선택을 하고 바른 길을 가야지 일깨우는 스승님이시다. 우리 교단에 장공 김재준 목사님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눈물겹게 감사하다. 나는 직접 뵙고 배우지는 못했지만 장공을 존경한다. 장공 목사님의 책과 말씀을 잊고 산적이 거의 없다 새해 수첩을 바꾸면 장공의 십계명을 옮겨 쓰고, ‘생명-온 우주 사랑의 공동체, 평화-생명이 온전히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 정의-평화로운 생명을 위한 기본요소로 상대의 몫에 대한 인정’을 옮겨 적는다.

이 시대 대다수의 우리교단 목사님들은 기장의 출발 정신을 다시 새기며 성직을 지켜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속에 물들어 성공과 업적을 과시하며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일들, 물욕에 눈이 어두워 교회재산의 사유화로 교인을 실망시키며 성직을 사고 파는 일이 다른 교단의 일만은 아니다. 교회와 교단이 시작한 때로 되돌아가 주님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헌신으로 다시 세워졌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파스카 기장이 흘러야 할 물줄기, 함께 흐르는 기장인들이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노래하기를 소망해 본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3호] 2015년 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