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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36) 동경 3년 – 선의의 밀항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7 15:18
조회
722

[범용기] (36) 동경 3년 – 선의의 밀항

하기방학도 끝났다. 동경에 돌아갈 여비가 없다. 그때 웅기교회 목사로 계시던 조승제 목사님은 내가 입학한 해 봄에 졸업한 청산학원 동창이었다. 그는 동창 선배로서 나를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의 귀여운 첫 딸애 ‘뫼풀’(山草)이 세 살, 내게 안기는 걸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녀는 오랜 후일에 첫 애기 난산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작은 굽도리 배 『시미즈마루』 ‘스튜아드’(주방장)로서 조 목사님 고향 후배가 있었다. 그는 조 목사님 부탁이면 거절 못하는 처지였다 한다. 조 목사님은 그에게 나를 무료로 ‘고베’(神戶)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는 웅기에서 나를 자기 배에 태웠다. ‘고베’까지 열나흘 간다. 줄곳 풍랑이 심해서 ‘배’라기 보다는 딩굴며 떠가는 뗏목 같았다. 나는 유난히 배에 약한 체질이여서 먹고선 토하고, 먹은 것 없이도 토한다. ‘선실’이라고 누우면 이 구석에서 저 구석까지 미끄러짐질 반복이다. 죽기보다 더 괴로웠다. 주문진께부터는 풍랑이 다소 수그러졌다. 부산에서 하관으로 떠날 때에는 경찰이 승객을 점검한다. 주방장은 나를 자기방 침대에 누여 놓고 문을 잠근다. 조마조마한 시간이었다.

‘세도나이까이’(瀬戶內海)는 역시 아름다웠다. ‘히다리 징고로’가 만들어 세웠다는 바닷속의 ‘도리이’도 눈여겨 봤다.

내릴 때에도 검열이 있었지만 같은 모양으로 피했다가 선객이 다 내리고 주방장이며 선원들도 내린 다음에사 혼자서 살금살금 내렸다. 말하자면 ‘무료밀항자’였다.

창피하고 구차스런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런줄 알면서 그런 것을 맡아준 주방장의 호의는 잊을 수 없다. 조 목사님도 실상이 이런 줄은 미처 모르고 부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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