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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33) 동경 3년 – 스쿨톤선교사와 순회전도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7 14:50
조회
813

[범용기] (33) 동경 3년 – 스쿨톤선교사와 순회전도

졸업반 때, 하기방학이 되자, 나도 한 번 귀국한다고 맘 먹었다. 삼년 만이다.

서울은 추억의 본고장이다. 창경원, 남산, 장충동, 혜화동 등을 혼자 거닐었다. 묘동교회 전필순, 최석주 두 목사가 나에게 강연(?)을 청하기에 ‘얼빠진 민족’이란 제목으로 연설했다. 싫은 소리를 뇌까린 셈이다. 내게 세례 베푸신 승동교회 김영구 목사님을 예방, 그리고 원산엘 갔다. 마침 여름 휴가로 명사십리에 와 있는 회령 스쿨톤 양을 방문하고 함흥에서 서고도(스캇) 목사, 박원혁 씨, 그리고 회령읍에 들렸다.

그 동안에 스쿨톤 선교사는 돌아와 담당 선교 구역을 순회할 일정을 짰다. 나도 그의 일행에 끼어 들었다.

먼 후일에 서울 새문안교회 목사로 있다가 6ㆍ25때 납북된 김영주 씨가 스쿨톤의 ‘조사’였다. 우리 일행은 회령읍에서 시작하여 고령, 상삼봉, 종성, 온성, 경원, 신건원, 신아산, 아오지, 경흥, 웅상, 웅기 등 두만강 유역을 모조리 심방할 예정이었다. 모두 도보 여행이고 스쿨톤 양은 우차에 자기 소지품과 자기 몸을 싣고 간다. 간데마다 밤에는 특별 전도 집회를 열고 김영주가 설교하고 내가 강연하고 스쿨톤은 여신도들과 여전도사들 하소연을 듣고 목회상담을 하곤했다.

김영주 씨와 나는 곧잘 딴 길로 탈출하여 역사의 유적과 명승지를 순례하기도 했다. 두만강이 바로 절벽을 핥으며 용솟음쳐 달린다. 그 절벽 위에 ‘용당’(龍塘)이라는 산성이 있다. 길이 외고 가파러워 오르기 힘들었지만 우리는 단행했다. 성도 남아 있었지만 둘러막은 산봉우리들이 자연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이성계의 할아버지께서 여진과 대결하여 이 요새를 지켰다고 한다. 이성계와 퉁두란(李之蘭)이 이쪽 저쪽 봉우리 위에서 맞서 활을 쏘면 화살이 공중에서 맞부딪쳐 떨어졌다고 ‘성’지키는 노인이 말했다.

그 밖에도 종성읍의 ‘수항루’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비각들 – 효자묘, 열녀당, 유허비, 숭전비 등등을 순방했다. 그러는 동안 스쿨톤 양은 그 지방 순회전도사와 함께 주막집이나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기분이 좋았을리 없다.

우리가 순방하는 ‘교회’래야 미조직 기도처 정도요, 한 두 사람 신자나 가정이 치벽한 산골 외딴 농촌, 길가 주막집 등에 끼어 ‘꺼지는 등불’ 같이 깜박이는 형편이었다. 그래도 빛임에는 틀림 없었다. 오십대 순회 전도사 할머니가 수십리 구역을 혼자 돌며 예배를 인도한다고 했다. 바울의 전도여행도 이와 비슷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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