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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47) 미국 3년 – 프린스톤 초년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9 09:29
조회
877

[범용기] (47) 미국 3년 – 프린스톤 초년

그 때 윤하영 씨도 프린스톤에 계셨기에 가자마자 찾아뵜다. 그는 우리 그룹의 최연장자였기에 형장(兄長)으로 대접했다.

학교에서는 내가 일본에서 신학을 마쳤대서 대학원 코스에 등록시킨다. 과목선택은 맘대로다. 기숙사는 ‘브라운 홀’ 식사 클럽은 ‘프라이어’였다.

나는 주로 메첸(Gresham Machen)의 강의를 택했다. 그는 근본주의 신학의 투사라는 의미에서 인기가 있었고 강의도 무던히 명석했다.

나는 ‘아오야마’에서 ‘신신학’ 일변도로 지냈기에 여기서는 ‘보수신학’ 계열을 주로 택했다. ‘메첸’의 저서는 다 읽었다. 그의 강의 ‘바울종교의 기원’, ‘처녀 탄생’ 등도 들었다. 즈위머의 ‘모하메트’ 강의, 바스(VOS)의 메시아론, 어드맨의 성서약해 등등 – 강의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책은 읽을 수 있었고 시험 때에는 학생들이 프린트한 강의록과 과거의 시험문제집을 돌려주기 때문에 그것이 내게도 회람되는 것이었다. ‘바스’의 강의는 십년 내 꼭 같은 내용이고, 시험문제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그대로였다. 레취의 교회사 시험은 답안부피로 점수 딴다는 이야기어서 그 시간에는 부피조성을 위한 ‘타자경쟁’이 한몫 본다는 까싶.

어쨌든, 내게는 닿지도 않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험에서 B이하로 내려가는 과목은 없었다.

학생 그룹들이 있어서 나도 여기저기 끼어봤다. 알고보니 그것이 메첸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진 파쟁이었기에 나는 아무데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메첸 박사는 신약전공이고 히랍어 교본도 손수 쓴 분이다. 독신이어서 기숙사 방 둘을 얻어 하나는 서재, 하나는 침실로 쓰셨다. 낭하에 뚜껑 뗀 사과궤짝을 놓아, 가고오는 학생이 맘대로 주어먹게 했다.

가담 가담 ‘파티’를 열고 학생들을 불러 다과를 나누며 맘대로 대화하게 한다. 장기도 두고 췌커도 잘한다.

그러나 원래가 ‘투지적 근본주의’의 ‘총수’(摠帥)였기에 ‘사랑’이 ‘투지’에 눌려 낯에 화색이 없었다. 이건 내 추측일 것이다. 그는 나를 가까이 해 주셨다. 한국의 박형룡 교수가 그이를 그대로 본딴 그의 제자셨단다. 박형룡 씨는 내가 프린스톤 가기 전에 졸업하고 귀국했기에 나하고는 학우로서의 친교가 없다.

겨울이 닥쳤는데 내게는 외투가 없었다. 박형룡 씨가 입다 두고 간 외투라면서 김성락(?)이 내게 넘겨준다. 그는 학생 때에도 뚱뚱했던 모양이어서 내게는 맞지 않았다. 고양이 우장 끈 격이었다. 길에 나서면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그래도 추워 떨기보다는 나았다.

김성락 씨는 그 때 프린스톤에서 ‘매스터 코스’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 해에 매스터 칭호를 받았다. 그는 도량이 넓고 생각이 깊은 친구여서 ‘초년생’인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유명한 김선두 목사님 맏아드님이다.

프린스톤 캠버스 가까이 수림 속에 무명용사들의 무덤이 있었다. ‘Friend and Foe Lie Together’라고 새긴 둥그런 뚜껑이 덮인 무덤이다. 속에는 독립전쟁 때 벌판에 버려진 용사들 유해를 네편 내편 할 것 없이 한 구덩이에 묻어버린 것이라 한다. 김성락 씨는 자주 나를 데리고 거기 가서 기도하곤 했다.

미상불 인상적인 고장이었다.

우리는 한국과 한국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해 기도했고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간구했다.

한경직 씨는 숭실중학, 숭전, 미국의 엠포리아 대학을 정규로 마치고 프린스톤 신학에 들어와 일학년부터 졸업반에까지 올라 온 정규로 공부한 학생이다.

머리 좋고 영어도 자유롭고, 인품이 온유하고, 인간 관계가 원만했다. 사상은 그 당시 프린스톤 분위기로서는 Liberal한 편이었으며 졸업하면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매일 미열이 있고, 소화가 좋지 않았다. 운동하면 소화가 나을거라고 일부러 달음박질, 핸드볼 등을 일과로 했다. 그러나 오히려 더해간다. 우리는 교의를 찾아갔다. 교의는 진찰하자마자 ‘절대안정’을 명한다. 운동했다니까 ‘제일 안할 일을 했다’면서 나무란다.

의사영감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T.B. 인 것을 나도 눈치챘다. 졸업하자 곧 미시갠의 켈록 공장에 가서 거기 전속병원에서 자세하게 진단해 봤다. 폐결핵 2기여서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었다. 더스케키의 장로교 요양원에 가도록 주선되어 2년반인가 거기서 요양했다. 요양원에서 내게 보낸 편지 가운데 ‘하나님께서 내게 십삼년만 더 살게 해 주십사고 기도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어떤 계산에서 그 연한이 산출됐는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지금 칠십이 넘어 팔십을 향하고 있다. 하나님의 긍휼이라 믿는다.

윤하영 씨는 프린스톤에서 Special Student로 4년을 계셨다. 신학사상은 근본주의 그대로요, 학문적으로 보다도 실제 목회에 진출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학교에서도 그것을 권하고 있었다. 억지로 일이년 더 계시다가 귀국했다. 신의주 제일교회 목사로, 미상불 목회에는 성공이었고 교회 정치에도 근본주의 노선에서 공헌했다 하겠다. 해방 후 월남하여 관계에 투신, 충북도지사로도 계셨지만 정계의 변동이 정치수명을 약화했고 삶의 수명도 단축시킨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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