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45) 미국 3년 – 천사도
[범용기] (45) 미국 3년 – 천사도
‘앤젤 아일랜드’ - 이름은 ‘천사’ 같다. 그러나 사실은 감옥이다. ‘감옥’이라기는 좀 안됐으니 ‘입국심사소’랄까 ‘강제수용소’랄까, 두 가지 겸한 고장이었다. 입구에서 여권이고 뭐고 다 맡긴다. 들어서자 이름은 없어지고 ‘번호’가 붙는다.
역시 일본인들 방에 투입됐다.
식사는 아래층 공동식당에서 준다. 거기도 민족별이랄까. 중국인, 일본인, 맥시코와 중남미인, 유럽인 등이 따로 되어 있었다. 중국인이 많았다. ‘바께스’에 밥을 담아 군데군데 놓고 소금물에 무조각 뜬 국과 소금에 찍어먹는 다드배체였다.
나도 거기서 같이 먹으라기에 “나는 잘 먹어낼 것 같지 않으니 양식을 가져오고 돈을 차지”하라고 했다. 두말없이 딴 테이블에 앉히고 제대로의 양식을 갖다 준다. 유럽, 중남미 일본 사람들에게도 양식이 ‘써부’되는 것이었다. 중국사람만이 차별대우다. 그래도 그들은 ‘희희낙락’ 기분좋게 배불리고 흩어진다. 대륙적이랄까 불감증이랄까 하여튼 차별은 불쾌하다.
하루 밤을 닭장 같은 수용소 침대(?)에서 자는둥 만둥, 일본인들은 거의가 장기 수용자들이다. 육개월 전에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내게 귀뜸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한 참 있을 생각으로 누그러졌다.
그런데 다음날 ‘간수’가 내 번호를 부른다. 신체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변검사, 피검사까지 다 했다.
그 다음날이던가? 또 간수가 부른다. 이번에는 이민관에게로 간다. 그는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마치고 “얼백을 아느냐?”기에 안다고 했다. “얼백에게서 너 때문에 아까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서 ‘나가라’는 것이다. 간수가 데리고 꼬불꼬불 낭하를 간다. 나는 다시 내 수용소실로 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다 나왔다는데가 ‘현관’이었다. 여권이며 소지품이며를 내준다. 똑딱선에 태워 부두까지 보낸다. 그래서 ‘출감’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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