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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43) 미국 3년 – 여비는?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8 18:22
조회
700

[범용기] (43) 미국 3년 – 여비는?

이제 남은 문제는 여비다. 우선 집에 가 본다고 함경선을 탔다. 아오지까지 직행이다. 아버지와 형님과 여권을 보여드리고 여비 마련을 의논했다. 형님은 ‘미루’ 밭을 팔아 보태자고 했다. 아버님은 반대였다. 형님은 그 밭을 저당하고 아오지 금융조합헤서 오십원을 꺼내왔다. 교회측에서는 냉담했다. 선교사 추천생도 아니고 정식 장학생도 아닌 개인행동인데 교회에서 알게 뭐냐는 쪼였다.

장마철이라 간데마다 홍수였다. 나는 가는 길에 주을 온천에 들렸다. 함북노회 수양회가 거기 모여 있었다. 김준성 씨가 강사였다. 나는 온천 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여관 구석방에서 잤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같이 떠났다. 떠날 때 잘가라는 인사도 받은 기억이 없다.

함흥 김동명 씨 집에 들러 며칠 유숙했다. 수백평 넓은 정원에 나무와 꽃이 ‘에덴’같이 꾸며져 있었다. 시인의 미학(美學)이 생동한다. 나는 그의 큼직한 ‘숫케이스’를 빼앗다시피 얻어갔고 떠났다.

서울에 왔다. 윤치호 선생을 찾아갔다. 그 분이 미국 유학생에게 태평양을 건너주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특권은 과학연구와 신학연구에 국한돼 있었다. 나는 신학이라 신청권은 있다고 믿었다. 나는 사연을 여쭙고 면회를 청했다. 견지동 고가(古家)에 계셨다.

좁은 사닥다리를 올라 사람 셋이 앉으면 배꾹 찰 정도의 작은 공간에 안내되었다. 조금 후에 윤 선생이 나오셨다. 그는 언제나 한복이었고 성긴 턱수염이 길게 나부끼는 청초한 풍모였다. 태도가 소탈하고 평민적이었다.

“무슨 공부 할건가?”

“신학입니다.”

“어느 신학교?”

“프린스톤에 입학돼 있습니다.”

“그럼 가서 공부 잘하게!”

“감사합니다. 무슨 일러주실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잠시 후에 그는 말씀하셨다.

“미국 한인사회란 좀 복잡하고 갈래도 많은데 서로 자기편에 끌려고 할 걸세. 내 생각으로는 아무 그룹에도 들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게 좋을 것 같으네!”하셨다.

“잘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일어서며 같이 나가자고 하신다. 따라 나섰다. 그는 한일은행이던가, 하여튼 은행에 친히 가셔서 돈을 찾아 백원을 내 손에 넘겨 주셨다. 태평양 건널 여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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