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42) 미국 3년 – 미국행 여권 나오고
[범용기] (42) 미국 3년 – 미국행 여권 나오고
송창근 형은 미국가 있었다. 그는 나더러 졸업하거든 곧장 미국 오라고 했다. 그때 그는 프린스턴에 있으면서 내게 입학허가증과 일년 200불 스칼라쉽 허락서를 보내왔다. 이것으로 여권수속을 진행시키라는 것이었다. 나는 수속을 위해 동경을 떠나 서울로 갔다. 승동교회 김영구 목사님 사택 객실에 유숙했다. 종로경찰서 고등계 주임에게 서류를 보이고 여권절차를 물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서류의 미비된 부분을 고치고 다시 쓰고 했다. 그리고 여비와 학비보증인 두 분의 보증서와 그들의 납세증명서를 첨부하라 했다.
납세액은 재산 정도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승동교회 김대현 장로님과 이재향 목사님의 재정보증서와 여타 수속을 갖추어 제출했다. 그래서 여권신청은 무난히 접수됐다.
이제 신분조사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서울만이 아니라 본적지 경찰의 신분조서가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후에 종로경찰서 조선인 형사가 와서 죄인심문 하듯이 별걸 다 물었다. ‘권위’ 과시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한달쯤 지났다. 그때 나는 승동교회 목사관에서 피어선 성경학교 기숙사로 숙소를 옮긴 무렵이었다. 어느날 밤, 그 형사가 내 방에 찾아왔다. 다짜고짜로 “당신 미국은 다 갔소. 주소를 옮기고서 보고도 안하는 무성의한 사람이 미국엘 가요?”하며 투덜댄다. 그러다가 “어쨌든, 내일 들어오시오!”하고 나갔다.
이튿날 나는 고등계에 갔다. 일본인 주임이 무척 반갑게 맞이한다. 그 형사도 저쪽 아랫 자리에 앉아 있었다. 주임은 그 형사에게 “조서를 잘 써 오라”고 명령쪼로 부탁한다. 본적지 경찰에서 조서가 왔다면서 보여준다. ‘겉으로는 온순한 척 하면서 속은 다소 음험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 녀석이 보긴 잘 봤다고 생각했다. 고등계 주임은 곧 여권이 나올테니 통지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통털어 두 달 만에 여권이 나왔다. 일본 총리대신 겸 외무대신 ‘다나까’(田中義一卽) 이름으로 발급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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