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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40) 동경 3년 – 한국 학생들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7 15:45
조회
694

[범용기] (40) 동경 3년 – 한국 학생들

박원혁 씨는 이미 언급한대로 연통제 사건에 걸려 육개월 징역산 분으로서 언행이 청백(淸白) 그것이었으나 몸은 완강한 축이 아니었고 졸업 후에 함흥 영생 여학교에서 교사 겸 교목으로 있다가 T.B.로 40대에 세상을 떠났다.

시인 김동명 씨와 나와는 동기 동창이어서 삼년을 같이 있었다. 그는 신학에는 흥미도 관심도 없었다. 학비는 3ㆍ1운동 때, 학생대표로 주동자였던 덕원의 강기덕 씨가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조건이 ‘신학공부’에 국한돼 있었기에 ‘억지춘향’을 연출한 것 뿐이다.

그는 야간부 일본대학 철학과에 등록하고 거기에는 열심이었다. 구변이 좋아서 변론에는 한정이 없었고 ‘시인’이라 자기를 속이지는 못하는 성정이었다.

그 때에도 ‘시인’으로서는 이미 알려져 있었고 시가 창작되면 내 앞에서 낭송하고 평을 청하곤 했다. 은근히 칭찬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졸업까지 하고 얼마 전도사일도 봤지만 함흥 영생중학교 교사로 오래 있었다. 일제 말에는 붓을 꺾고 시작(詩作)을 폐했다. 해방이 되자 막혔던 폭포같이 시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새 시집이 꼬리물고 나온다. 동아일보에 정치 사회평론이 연재되어 장안의 종이 값을 올렸다. 서울서 참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되었다. 마감역에는 이화대학 교수로 있다가 작고했다. 약한 몸에 술이 과했던 것이다.

그는 이북에서 단신으로 어렵게 탈출했다. 시고(詩稿)는 후에 월남한 부인이 몰래 몸에 갖고 나와서 햇빛을 본 것이다. 월남해서는 우리집 객실에 유숙하면서 한국신학에서 한국문학 강의도 했다.

최석주 씨는 ‘일본 자유감리교신학’에서 공부하다가 내 2학년 때 청산학원 3학년에 전입 일년 만에 졸업했다. 서울 태생의 다정다감한 분이었다. 어느 학생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청산의 자유를 감사한다. 역시 학원은 자유여야 한다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자유에서 창조작업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졸업하고 그 당시 학장대리였던 ‘아이글하트’ 박사 댁에서 Fare well Party가 있었다. 졸업 후 포부를 피력할 때 나는 “어쩌면 금년 내로 태평양을 건널지 모르겠다”고 했다. 계획된 것도 진행된 것도 아닌 엉터리 예언이었지만 그게 그대로 됐다는 게 내게는 ‘기적’ 같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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