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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69) 평양 3년 – 단권 성경주석 말썽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5 16:31
조회
696

[범용기] (69) 평양 3년 – 단권 성경주석 말썽

그때 유형기 박사가 편수한 ‘단권성경주석’이 장로교계에서 문제가 되었다. ‘아빙돈’은 물론 역사비판학적인 주석이다. 유박사는 채필근, 송창근, 한경직, 김재준 등에게도 기고(寄稿)를 청탁해왔다. 내게는 요나서를 제외한 열두 소선지서를 부탁한 것이었다. 요나서는 문제 생길 것 같아서 자기가 직접 쓴다고 했다.

나는 보수학자들 책을 참고하여 내 나름대로의 주석을 써 보았다. 거기에는 ‘이단’이란 게 없었다.

그런데 내가 평양에 나타난 그해 여름 평양교회에서는 그 주석책이 거센풍랑을 일으켰다. 그 주석책은 총회 Level에서 ‘금서’(禁書)로 낙인 찍게 하자는 둥, 모조리 거두어 불사지르자는 둥, 총회산하에 있는 ‘집필자’는 조사 처단하자는 둥 말이 많았다.

그러나 평양노회도 정통신학 일색은 아니었다. 소장 목사들의 진보적 기백도 만만찮게 말발이 서는 때였다.

격론 끝에, 노회로서는 심사위원회가 선정됐고 평양신학교 실천신학 교수인 클락(곽안련) 박사가 위원장으로 뽑혔다.

얼마 후에 나는 그 위원회에 불려 나갔다. 질문은 위원장이 도맡아 하는 것이었다.

문 : “그 책에 집필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소?”
답 : “그렇게 생각지 않소!”
문 : “그 책이 재판(再版)될 때, 당신 글을 뺄 생각이 없소?”
답 : “그럴 생각이 없소!”
문 : “그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이란 것을 알텐데……”
답 : “다른 사람들이 쓴 글에 대해서 개입할 생각은 없소. 나는 내 글에만 책임을 질터인데 내 글에는 ‘이단’이랄게 없소.”
문 : “그 책 때문에 교회가 소란해진데 대하여 책임을 느끼지 않소?”
답 : “책임이랄 것 까지는 없어도 그것 때문에 소란하게 된 교회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오.”
문 : “노회에서 작성된대로 성명서(각서)를 내겠소?”
답 : “내겠소!”

대략 이런 것이었다고 기억된다.

채필근 목사는 ‘잘못했고, 다시는 집필하지 않을 것이고 재판이 발행될 때에는 자기 글을 뺀다’고 다짐 성명했다고 들었다.

송창근, 한경직, 김재준은 ‘성명’ 없이 몇 달을 지냈다. 지방노회에서도 평양노회 처사에 동조하는 데가 많았던 것 같다. 어쨌든 ‘신학지남’ 편집책임자인 남궁혁 박사에게 우리를 집필진에서 제거하라는 압력이 점점 가중해졌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남궁 박사는 난처하게 됐다. 그는 우리에게 ‘성명’내기를 권한다.

우리는 ‘신학지남’에 성명서를 보냈다.

① 우리는 단권성경주석 전체로서의 편집에 관여한 바 없다. ② 우리가 쓴 글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③ 그러나 우리 글 때문에 교회가 소란하다는 데 대하여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성명자 송창근 한경직
김재준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나마다한 성명이라는 둥, 어느쪽이 ‘유감’이란 말인지 모르겠다는 둥 ‘까싶’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평양노회에서도 그 이상 더 따질 기력도 열심도 없어진 모양이다. 더 따진다면 소장파 목사들의 공세가 격화될 것이고 따라서 노장파에게 불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다.

평북 선천노회에서는 과격파 정통투사들이 많았지만 백영립 목사의 좌충우돌로 많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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