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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66) 평양 3년 – 숭인상업(첫교직ㆍ첫살림)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5 15:42
조회
609

[범용기] (66) 평양 3년 – 숭인상업(첫교직ㆍ첫살림)

평양에는 선교사들이 경영하는 ‘밋션스쿨’ 외에 평양시내장로교회 당회원 연합회(도당회)에서 경영하는 ‘숭인중학교’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재정난과 정부의 냉대 졸업생의 취직불능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그래서 취직 잘되는 갑종상업학교로 개편하고 재출발하게 되었다. 그래도 성경과목과 교내종교행사는 계속하기로 양해되어 있었다. 이사장은 산정째 오윤선 장로고 이사에 산정째 조만식 장로, 김동원 장로 등이었고 교장은 조만식 선생의 제자라는 김항복이었다. 이분들이 나를 교사겸 교목으로 밀어주었다. 그 무렵 함경북도에서 내 아내와 큰 조카 둘째 조카 딸 선계와 단계 등 일행이 몰려왔다. 나는 두 칸짜리 집을 얻어 살림을 차렸다.

셋방살이지만 독립된 내 살림이었고 더구나 아내와 아이들로서는 난생처음 ‘가정’(Home)이란 보금자리를 가져보는 것이었다.

한달인가 있다가 큰 조카(利鏞)는 ‘창꼴집’으로 돌아갔다가 일본 동경으로 뛰어 법정대학에 다녔고 둘째 조카 하용(河鏞)은 평양 숭덕소학교 졸업반엔가 편입되어 줄곧 한 식구로 지냈다.

숭인상업학교에서 ‘강당’이 절대 필요했다. 학생들 다 같이 모일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당 건축기금 모금에 나는 남은 시간을 바쳤다. 낸다고 몇십원씩 적기는 했지만 적은대로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유모금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신입생과 재학생의 학기초 납입금에 강당 건축비를 품겨 넣었다. 신입생은 소정의 납입금을 완납하기 전에는 ‘학생’으로 등록될 수 없고 재학생도 그 학기 등록이 되지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다. 그래서 한 학기 안에 강당기금은 너끈히 완납됐다.

이제는 채플 장소도 마련되고 갖가지 학생활동도 가능하게 됐다. 특히 실내운동장으로 겸용된 것이 대견했다. 그 다음부터 ‘숭상’ 농구팀은 ‘천하무적’의 실력을 발휘했다. 동경 명치 신궁경기 전일본중학생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73-13이란 스코어로 압도 우승했다. 2년을 이렇게 연승하자 일본정부에서는 조선민족 의식이 자극된다는 이유로 ‘출전금지’ 명령을 내렸다.

국제대항 운동경기에서 민족의식이 자극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때 동경재류 조선인들의 너무나 열광적인 숭상팀 응원이 일본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이라 하겠다.

나는 그 당시 새벽마다 모란봉 꼭대기 솔밭속 바위밑에서 기도했다. 눈싸인 겨울에도 거의 예외가 없었다. 가고오는 길에서도 기도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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