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64) 돌아와 보니 – 교회 순방
[범용기] (64) 돌아와 보니 – 교회 순방
나는 집을 떠나 경흥군 일대의 교회들을 순방하기로 했다. 우선 사십리를 걸어 경흥읍 교회를 찾았다.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 동안에 언덕 위 성황당을 뭉개버리고 거기에다 놀라온 새 예배당을 세웠다. 나는 며칠 있으며 밤 강연, 낮 심방, 청년들의 친교 등으로 봉사했다. 거기서 수하(水下)로 내려가 여러 교회들을 역방했다. 웅상 교회는 ‘만우’ 형의 본교회여서 며칠 더 있었다. 그 교회 송원규 장로는 전부터의 친구다. 그는 내게, 어디 시골교회, 전도사로 밀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시골교회 전도사는 자신이 없었다. 그 길로 회령읍에 가서 캐나다 선교사 버베지 목사댁에서 저녁 대접도 받았다. 그런데 마침 회령교회에서 함북노회가 모이는 중이었다. 청년 전도사들은 나를 신학석사라고 치켜 올리며 따라다녔다. 문준희 전도사가 실업가 이용석 씨와 가까웠기에 이씨 저택에서 유했다.
청년들은 내가 노회 앞에서 귀국인사라도 하게 해 본다고 노회 임원들에게 교섭했었으나 퇴짜맞은 모양이었다.
선교사 소개도 없이 노회나 총회의 추천도 없이 제멋대로 나갔던 사람을 이제 오서 우리가 알게 뭐냐하는 마음 본새는 내가 떠날 때에 동결된 그대로였다. 나는 노회 뒷 좌석에 얼마동안 방청했다. 방청금지까지는 아니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하겠다. 내 인상으로는 은혜도 화평도 증발된 시무 절차 뿐이었는데 예외없이 평양신학교 출신 목사님들이니만큼 ‘정통신학’ 일색이었다. 나는 좀도 ‘복음적’인 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통주의는 그대로가 ‘율법주의’여서 거기에는 자유하는 인간이 잇을 수 없다고 보았다. 목사님들과 노회원 장로님들 얼굴은 평화 없는 ‘목사 탈’(마스크)로 굳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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