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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63) 돌아와 보니 – 우상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5 09:28
조회
589

[범용기] (63) 돌아와 보니 – 우상

그(김태훈 장로님)에게는 아들이 한 분 밖에 없었다. 그 아드님은 천재로 알려진 젊은이로서 러샤말, 일본말, 중국말, 얼마의 영어까지도 자유로 지껄이는 재주꾼이었다. 그러나 신앙적으로는 ‘탕자’였다. 그는 러샤, 중국, 만주 일대를 메주 밟듯 하면서 괴상한 장사를 했다.

그는 오래간만에 작은 불상을 하나 갖고 집에 나타났다. 한 옛날 금동제 불상인에 일본에 밀수하면 한몫 본다고 아버님께 소근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안방 농장 위에 세워뒀다. 그런데 항간에는 ‘김태훈 장로가 안방에 우상을 모시고 있다’는 소문이 낭자하게 퍼졌다.

‘불상’ 곧 ‘우상’이라는 선교사들의 가르침에 맹종하던 그 당시 교회에는 여론이 뒤끓었다. 결국 김태훈 장로님은 책벌 대상이 됐다.

“그건 불상을 ‘모신’ 것이 아니라, 아들이 상품으로 사 온 것을 ‘둬둔’ 것뿐이다”해도 “장로가 그런걸 집안에 들여놓다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아드님은 또 구름가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강건너 만주나 시베리아로 갔을 거라고 했다.

김태훈 장로님은 고민했다. 원로 장로로서 교회에 부덕(不德)을 끼쳤다는 것, 채필근, 김관식, 두 목사님에게 면목 없다는 것, 일종의 ‘배교자’ 같이 됐다는 것, 성직을 더럽히고 자신의 이름이 땅에 떨어졌다는 것 등등 이제는 더 살아야 할 아무 의미도 없다고 느끼셨다. 그래서 그는 하루, 뒷산 낙엽용 밀림 속에 그 불상을 파묻고 그 옆에서 자살하셨다.

그릇된 죄책감이 ‘은혜’를 눌러 양심과 이성까지도 질식시킨 것이라 하겠다. 한국교회가 얼마나 율법주의자였다는 걸 이 사건으로서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극’ 뒤이어 교회 청년들의 간통사건까지 발설되어 경흥교회는 태풍 속의 일엽편주(一葉片舟)같이 뛰놀았다. 그래도 교회는 침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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