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76) 평양 3년 – ‘숭상’시대 이야기 몇가지 : 개구쟁이 삼학년
[범용기] (76) 평양 3년 – ‘숭상’시대 이야기 몇가지 : 개구쟁이 삼학년
평양은 무연탄의 본고장이었지만 그건 주로 일본군대에서 무엇엔가 쓰는 모양이었고 민간에서는 돌탄을 땠었다. 돌탄이래야 기름이 잘잘타는 ‘검은 금강석’이다. 넣기가 무섭게 ‘확’ 타올라 당장 난로가 빨갛게 단다.
제2년 겨울, 나는 3학년 담임선생이 됐다. 그런데 언제나 3학년이 말썽이라고 한다. 일이학년은 아직 어리고 사오학년은 점잖고 3학년이 개구쟁이 대표작이란다. 교실마다 굴뚝을 길게 뽑은 난로 하나씩 놓고 소사 영감이 돌아다니며 석탄을 넣어주는 것이었다. 소사가 석탄 넣으러 3학년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놈들이 영감을 둘러싸고 작업을 방해한다. 영감이 골을 내면 재미있다고 모아 붙어 놀린다. 영감은 담임선생인 내게 와서 호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 교실에 드나들지 말고 석탄도 넣지 마시오”했다.
불이 꺼져도 영감은 보이지 않는다. 반장이 찾아와서 떨기만 한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조용하게 일렀다.
“너희를 위해 석탄 넣어주는 할아버지를 놀리고 못살게 굴었다는 건 석탄 넣지 말라는 행동이 아니냐? 그래서 너희 소원대로 했는데 무슨 잔소리냐?”
“그 대신 나도 너희와 같이 고생할테니 너희 교실로 가자!”하고 같이 들어가 앉았다. 삼십분쯤, 싸늘한 교실 속에서 침묵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견디다 못해 반장이 일어나서 “제가 소사 영감께 사과하고 호겠습니다”하고 나갔다. 소사 영감이 들어왔다. 학생 전체가 일어서서 “영감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다.
소사 영감은 빙그레 웃었다. 나도 흐뭇하게 웃었다. 귀엽고 기대되는 개구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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