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70) 평양 3년 – 셋째 딸 혜원이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5 16:36
조회
543
[범용기] (70) 평양 3년 – 셋째 딸 혜원이
숭상 둘째 해에 셋째 딸 혜원이 났다. 아침 출근 때에도 아내는 밥하고 설거지하고 아무 다른 기색이 없었다. 그런데 퇴근해 와 보니 갖난 애기가 옆에 누워 있었다. 빨간 피덩어리-생명이 주먹만한 몸을 돌고 있었다. 내게는 첫 애기나 마찬가지다. 위로 난 딸 둘은 날 때에도 자랄 때에도 참관을 못했으니 말이다.
아내는 웃는 알굴로, “또 계집애라오”한다.
내게는 계집애고 사내고가 문제인 것이 아니었다. 저 가냘픈 생명이 험한 세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해서 애처러웠던 것이다.
옆집에 사는 산파가 와서 애기를 받아주고 씻어주고 한 모양이다.
아내는 이름을 지으라고 한다. 그럴싸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한 주일을 공백으로 지냈다. 아내는 ‘계집애’라고 이름도 안 지어 주는 거요? 하고 토라진다. 그런 것도 아닌데 공연히 ‘자격지심’에서 그러는 것 같았다.
열심히 글자를 고르다가 결국 ‘혜원’(惠苑)이라고 했다. 3일이 지나 교회에서 방문화 축복해 주고 아내도 사흘 만에 거뜬히 일어나고 애기도 잘 자라 백일을 넘겼다. 몸이 하얗게 탈태하고 아빠만 보면 방긋 웃는 것 같이 보였다. 여섯달째부터는 아빠에게 안겨 밖에 나가려 든다. 나는 애기를 안고 모란봉 청류벽 송림속을 거닌다. 단풍잎 같은 손으로 아빠 얼굴 만지고 뽀뽀하고 머리를 가슴에 파묻고 사근사근 조는 얼굴 그건 진짜 천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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