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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86) 간도 3년 – ‘영국덕이’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6 11:16
조회
637

[범용기] (86) 간도 3년 – ‘영국덕이’

용정에 도착한 다음날 ‘영국데기’라는 캐나다 선교사 마을 부루스 교장 부부를 방문했다. 반가운 표정이었다. 아직도 여름 방학이라 학교는 비었고 교정에는 풀이 자랐다. 길 양편의 포푸라나무가 가로수라기보다는 숲이 되 있었다. 나무는 땅의 영광이다. 언덕 기슭에는 선교부에서 경영하는 병원이 있다. 이름은 ‘동산병원’이고 원장은 ‘뿔랙’이란 의사고 한국인 의사도 몇 분 있었다. 3월 1일 독립운동 그때에는 ‘데모’ 군중의 ‘보호구역’으로 이름난 고장이란다. 중국 순경도 일본 순사도 못 들어오는 ‘치외법권구역’이었기 때문이다.

병원 바로 뒤 언덕 기슭에 명신소학교, 명신중학교가 있다. 모두 여자들 교육기관으로서의 ‘밋션스쿨’이다. 그 옆에 동산교회가 있다. 담임은 이성국 목사였다. 그리고 시내에 문재린 목사가 담임한 중앙교회가 있다. 그래서 교회, 학교, 병원의 삼위일체적 선교방안이 실시되왔던 것이다.

선교사 주택 뒤에는 초장이 있어 젖소 몇 마리 한가로웠다. 그 뒤로 더 올라가면 중국인 공동묘지다. 땅 위 또는 파헤친 구덩이에 뚜껑 제쳐진 관들이 너저분하다. 선교사가 주택 뒤뜰 가장자리에 행랑식으로 길게 지은 한옥은 선교사 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사택’이다.

은진중학도 물론 영국데기에 있다. 학교교사(敎舍)라기보다 큼직한 주택같은 집이었다. 강당은 세우다만 어설픈 건물이어서 여기서도 역시 강당부터 완성해야 할 판이었다.

간도란 곳은 조선독립운동자들의 ‘거점’이기도 했고 후에는 공산주의자들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군국주의자들의 병참기지로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일본군대의 한국인 학살이 조수처럼 밀려오고 밀려가곤 했다.

내가 가기 바로 전 학기에도 은진학교에서 좌익학생들의 난동이 벌어져서 교감이었던 이태준 목사와 부루스 교장은 생명이 위험할뻔했다 한다. 그러나 이태준 목사는 원래가 뱃장 센 분이었고 몸집이 크고 힘도 장사였기에 학생들이 그 위신에 눌려 흐지부지 항복해 버렸다. 그 사건을 계기로 좌익학생들은 남김없이 퇴학 또는 자퇴되고 교풍이 기독교로 통일되었단다. 나는 깨끗하게 소제된 빈집에 입주한 셈이었다.

용정에는 은진학교 이외에 일본 두산만(頭山滿)의 부하 낭인(浪人)인 히다까(日高丙次郞)가 경영하는 영신중학교가 있고 좌익사람들이 주장하는 동흥중학교가 있었다. 동흥중학교는 결국 존속할 수 없게 되었고 영신중학교는 공립학교 같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만큼 ‘은진’은 기독교적인 사립학교로서의 엄숙한 역사적 사명을 자각해야 할 판이었다. 교인을 얻으려는 전도기관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다가오는 역사의 격랑에 대결하여 새 세계 새 인류의 지도자 될 창조적 소수를 길러내는 학원으로 조형되어야 한다고 나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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