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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83) 간도 3년 – 다시 ‘창꼴집’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26 10:07
조회
517

[범용기] (83) 간도 3년 – 다시 ‘창꼴집’에

식구는 하용(河鏞) 조카가 데리고 함경선 기차에 올랐다. 다음날이면 아오지에 내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에 간다고 했다. 나는 ‘만우’와 함께 서울에 남았다. ‘만우’의 부산 사업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 이후 우리의 할 일도 의논했다. 당분간 나는 만주에서, ‘만우’는 부산에서 주어진 일에 머물기로 했다. 다시 모일 때를 기약하며 작별했다.

만삭된 아내는 날짜로 따지면 벌써 산일이 지난 셈이란다. 그런걸 데리고 먼 길을 떠난 것이다.

기차 칸에서 해산해도 할 수 없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육감이 그랬다는 말이다.

아내도 태연했다.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며칠 후에 뒤따라 ‘창꼴집’에 갔다. 다른 집들은 무너지다 남은 폐허 같았지만 ‘창꼴집’만은 아직 옛 모습이 남아 있었다. 맹자(孟子)가 “부모님 가족이 계시고 형제 탈없이 지내는 것이 첫째 즐거움”이라(父母俱存兄弟無故一樂也) 했는데 칠십 넘으신 부모님이 안녕하시고 모여앉은 식구들 반겨주니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나보다 먼저 가 있는 내 식구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 언니, 오빠들에게 귀염받아 응석이 늘었다. 아내는 ‘창꼴집’에 가자마자 ‘첫 아들’을 낳았다. 할머니는 하늘에 오를 듯 즐거워하셨단다. ‘연달아 손녀 셋이었는데 또 손녀였더라면 할머니는 무척이나 노여웠을 것’이라면서 아내도 좋아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께서 나더러 이름 지으라시기에 ‘은용’(恩鏞)이라고 했다. ‘은진’(恩眞) 가는 도중에 ‘은혜’로 보내주신 생명이래서 ‘은’자를 붙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한달쯤 큰댁에서 쉬게 하고 나는 혼자서 간도 용정으로 갔다. 동쪽으로는 태평양 건너까지 발전했지만 대륙 쪽으로는 두만강을 건너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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