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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109) 조선신학원 발족 – 설립자의 고충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31 15:24
조회
927

[범용기] (109) 조선신학원 발족 – 설립자의 고충

설립자 부대끼다.

해방 바로 일년전부터였다고 기억된다. 형사들이 설립자 김영철 장로에게 은근히 공갈하곤 했다.

“당신이 정신이 있소? 지금이 어느 때라고 그런데 돈 내시오? 좋지 않을 거요.”

그래서 그는 몹시 불안해졌다. 그는 어느날 내게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나 이젠 조선신학원과의 관계를 끊겠소. 돈두 낼 수 없소. 김목사두 아예 그만 두는 게 좋겠소. ……”

나는 “그건 내게 말할게 아니라, 이사회에 말씀하시지요. 내가 이사장에게 말씀드려 이사회를 소집하도록 할테니까요.”

며칠 후에 이사회가 모였다.

설립자의 말에 이사들은 분개했다. 설립자면 학원과 운명을 같이해야 할 것이지 그게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내가 설립자라면 학원문 닫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는 항변했다. 문을 닫고서 설립자도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이사회에서는 다소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님 필생의 사업을 계승하셨다는 분이 아버님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 있소?” 하고 힐난 비슷하게 말하는 분도 있었다.

“아버님도 이렇게 될 줄 알으셨으면 시작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시작했더라도 손 떼셨을 것입니다.” 하고 그는 대답한다.

나는 이사들에게 변명했다. “나는 김장로님의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묻거든 신학교에서 손을 뗐으니 모른다고만 하시고 돈도 내지 마세요. 더 자세히 따지거든 원장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러니 설립자 명의는 그대로 갖고 계셔야 합니다. 그건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니만큼 맘대로 떼고 붙이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실제 행정에 관여하는 직책도 아니니 말입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거든 학원 당국에 밀어버리세요” 했다.

그래서 그 정도로 낙착됐다. 이사회에서는 그를 격려하고 위해 기도하고 좋게 헤어졌다.

이제부터 경상비가 문제다. 나는 최저 예산서를 만들고 취지서도 써서 졸업생들에게 보냈다. 각기 담임한 교회에서 특별헌금을 보낼 것을 호소한 것이었다. 졸업생의 반응은 좋았다. 각처에서 연보가 들어와서 거의 예산대로 되어갔다.

총회에도 삼천원 보조를 요청했다. 재정부장이었던가 하는 이승길 목사는 못마땅하고 심술궂은 표정이었지만 청원한 대로 제의 가결됐다.

이것은 해방된 해 봄쯤의 일이다.

그후 김영철 장로도 별말 없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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