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112) 조선신학원 발족 – 도농에서
[범용기] (112) 조선신학원 발족 – 도농에서
도농에
나는 뚝섬을 떠나기로 했다.
땅과 집 사고
그 무렵 한신 졸업생인 도농의 이춘우가 종종 우리집에 들리곤 했다. 올때면 자기 먹을 배급쌀을 갖고 온다. 그럴밖에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뚝섬 살림을 정리하고 도농에 오라고 권한다. 식량은 그래도 농촌이 낫다는 것이었다. 뚝섬집을 팔아 도농에 땅을 사서 감자농사라도 하면 식량이 될거란다. 도농에는 마침 팔려고 내놓은 터밭이 1500평 한필이 있고 초가집도 한 채 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집을 내놓았다. 집이 팔렸다. 나는 예정대로 도농에 이사했다. 그래도 뚝섬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아내는 도농서 제일 고생했노라고 한다.
땔나무 없고
땔나무가 제일 문제였다. 길가나 언덕 밑에 풀도 모두 임자가 있었다. 국유림 속에 잡풀도 임자가 있었고 솔잎 긁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아내는 종일 누군가에게 핀잔 맞으면서 솔방울을 주어다 땐다. 촌사람의 인심은 각박했다. 나는 거기서도 매주일 교회에서 설교했다. 유집사란 사람이 열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네에서도 제일 가난한 소작인이었다.
감자농사도 했고
내가 산 밭의 삼분지 이는 소작주고 삼분지 일은 자작으로 감자, 고구마 등 속을 심었다. 그러나 인분비료 없이 되는 곡식은 없었다. 그만큼 땅이 약탈당해온 셈이다. 농촌에서의 인분은 얻기 어려운 ‘귀중품’이다. 모두 못먹고 사니 배설될 여지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어느날 동네집 비료지게를 빌려 갚혀 있는 비료 웅덩이에서 두세 지게 퍼다부었다. 아닌게 아니라, 감자는 비료준데서만 열렸고 그 밖의 것은 거의 ‘무’에 가까운 흉작이었다. 그래서 농촌에서의 인분 인기는 금비(金肥)를 능가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덕분에 감자 몇 가마 부엌에 쌓아놓고 아내는 겨우내 든든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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