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제2권] (11) 해방직전 “일제”의 발악상 – 근로봉사의 강요
[범용기 제2권] (11) 해방직전 “일제”의 발악상 – 근로봉사의 강요
총독부에서는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징용장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이 고향에 가서 동사무원이나 면, 또는 무슨 조합직원이 되면 ‘요원’(要員)이란 명목으로 징용이 면제된다. 학생들은 몰래 빠져 고향에 간다. 날마다 준다. 이러다간 저절로 학원문이 닫히고 말 것 같았다. ‘전성천’과 의논했다.
‘집단징용’을 교섭해 봅시다 한다.
그리기에 나는 ‘하나무라’ 이사에게 교섭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는 총독부 담당부서 책임자에게 교섭했다.
“좋다”, “그럼 선생과 학생 모두가 구주탄광에 가는게 어떠냐? 거기서 합숙하면서 강의도 계속할 수 있을거니까!”
‘하나무라’는 그럴사해 갖고 자랑스레 보고한다.
나는 대번에 거부했다.
“그건 실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소. 우리 학생이란, 말이 학생이지, 자기 고향에서는 ‘유지’들이고 자기 집안에서는 ‘호주’인 사람도 많고, 거의 전부가 자녀 가진 결혼자요. 우리가 모두 구주탄광으로 가자한다면 그들이 갈 것 같소. 하나도 안 갈거요. 그러면 당국에 대한 우리 체면은 어떻게 되겠오! ……”
하나무라도 납득이 간다고 했다.
나는 다시 부탁했다. “조선 안에서 좋은 고장을 택하도록 교섭해 보면 어떻겠오?”
그는 다시 교섭했다.
“좋다”는 것이었다. 후보지는 성진의 텅스텐공장, 진남포 제철공장, 함남의 탄광, 평양의 섬유공장 등등이 제시됐다고 보고한다. 그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평양의 섬유공장을 택했다.
학생을 인솔하고 거기 가서 학생들과 같이 합숙하며 지낼 교수로서는 전성천이 자원했다. 그의 고향은 황해도였고 집도 넉넉한 살림이었다.
그래서 신학원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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