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제2권] (9) 해방직전 “일제”의 발악상 – 미야우찌(宮內彰) 교수
[범용기 제2권] (9) 해방직전 “일제”의 발악상 – 미야우찌(宮內彰) 교수
총독부에서는 일본인 전임교수를 한 사람 써야 한다고 지시 비슷하게 말한다.
그때 대만신학교 교두(敎頭)로 있던 ‘미야우찌’ 선생을 초빙하기로 했다. 신약전공인데 외국유학은 못했지만, 공부꾼이어서 실력은 인정받는 처지였다. 그리고 진짜 ‘크리스천’이라는 평이었다.
나는 초빙교섭을 진행했다.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 신학원은 초창기여서 집도 없다. 예산도 최저 생활비밖에 낼 수 없다. 봉급은 조선인 교수와 꼭 같은 액수다. 그러나 사택은 별도로 마련하겠다. ‘학원’이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 인가를 갱신해야 된다. 우리의 ‘밑천’은 믿음 뿐이다……” 등등
그에게서 취임승락이 왔다. 부부동반이다. 신당동의 일본집 주택 일부를 세 얻어 정착했다.
그는 ‘일본사람’ 같지 않았다. 중국사람처럼 묵중하다. 우리와는 일심동체로 고락을 같이 한다. 생각도 우리와 같다.
처음단계로 일본정부에서 교회와 사회를 분리시켜 신앙생활을 교회 안에 유폐시키려 할 때 그는 “그리스도는 그들에게 감금되지 않는다. 사회활동을 못해도 ‘복음전도’에 열심하면 되겠지!”하고 내게 말한다.
‘대동아전쟁’ 말기에 일본군벌은 발악한다. “반드시 이긴다”(必勝), “무운장구”(武運長久)를 빌라 한다. 그런데 그의 기도에서는 그런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조용하게 물었다.
“시국에 대한 소감이 어떻소?”
그는 서슴찮고 대답한다.
“일본이 이기면 큰일 납니다. 나는 일본이 지기를 기도합니다.”
“그건 왜요?”
“이기면 교만해져서 점점 더 횡포할 것이지만 지면 반성하고 회개할지도 모르니까요!”
해방 일년 전에 그는 징용장을 받았다. 그때 그의 연령은 40이 넘어 50이 가까운, 말하자면 인생의 황혼계절이었다. 몸도 느리고 무른 축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징집장이 내렸다. 우리는 걱정하며 보냈다. 간 다음에는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행방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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