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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36) 부산 피난 3년 – 동대신동에서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16 15:13
조회
531

[범용기 제2권] (36) 부산 피난 3년 – 동대신동에서

부산피난 초기였다. ‘부산’이라는 ‘가마솟’(釜) 같이 음폭한 밑굽에 이북, 서울, 일본 등지에서 수십만 인간이 몰려들었으니 거처할 집, 먹을 음식, 입을 옷, 모두모두 ‘금싸래기’였다.

하루는 거리에서 ‘김의정’을 만났다.

그는, 내가 20대 청년으로, 공부한답시고 서울에 있을 때, 서울에 왔었다. 경성(境城)고보 2학년에서 무슨 이유로였는지 퇴학했다. 그래서 서울에 왔다. 귀여운 소년이었다.

중앙고보에서 2학년 보결생을 뽑는다길래, 거기에 ‘원서’를 냈다.

편입시험 날짜가 다가온다. 암만해도 자신이 없단다. 내가 ‘대리시험’을 치기로 했다.

그 무렵에는 원서에 사진 붙이는 일도 없었다. 나도 물론 편입원서를 냈다. ‘의정’ 군의 원서와는 번호가 다른 것 뿐이다.

나는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대뜸 썼다. 번호는 내가 ‘의정’ 번호를, ‘의정’은 내 번호를 적었다.

발표 날, ‘의정’의 번호가 ‘방’(榜)에 붙었다. 그래서 그는 중앙고보 4학년까지 남 못잖은 성적으로 올라갔다. 또 무슨 이유였던지 4학년에서 중퇴했다.

그후 그는 청진의 신흥재벌인 김기덕 상사의 무역부 전무로 등용되었고 지금도 그 직위에 있다가 부산에 내려온 것이었다. 얼굴도 잘났고 체구도 거대하다.

그는 나를 ‘형님’이라 부른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기에 근황을 얘기했다.

“그럴 수 있느냐”면서 거간꾼을 불러 동대신동에 4조방 하나를 얻어준다. 집세는 ‘전세’로 여섯달치를 그가 선불한다.

어느 소학교선생 집인데 한 방을 세놓는 것이다. 우리는 꼬마식구들과 함께 한 방에서 자고 신자는 벽장 다락에서 잔다. 아이들은 동대신동 공립소학교에 전입학했다. 부엌이 있으니 천생 숱불 풍로로 세끼를 끓여 먹는다. 찐빵 따위로도 식사를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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