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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29) 통일에의 갈망(6ㆍ25와 9ㆍ28) - 만우의 납북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11 09:46
조회
693

[범용기 제2권] (29) 통일에의 갈망(6ㆍ25와 9ㆍ28) - 만우의 납북

그후 며칠동안 송목사는 집에 있었다. 더운 때라, 모시 고의적삼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루는 민청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갖고 찾아왔다. “송박사님, 잠깐만 여쭤볼 말씀이 있어서 모시러 왔습니다. 자동차로 모시렵니다. 곧 또 댁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송목사는 그럴줄만 믿고 세마포 잠뱅이만 걸치고 차를 탔다. 그들은 국립도서관에로 모신다. 들어서자, 문들이 잠긴다. 검은 커텐이 창을 막는다. 깜깜한 버스에 실려 어디로인지 모르게 사라졌다. 그것이 소위 ‘납치’란 것이었다.

‘한신’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권대희 목사는 전택완 장로댁 벽장에 숨었다가 인민군이 쌀 저축량 조사할 때 들켜서 초기에 납치됐다.

납북인사의 행렬은 길었다. 파주쪽으로 기차에 실려간 행렬도 있고 철원 쪽으로 걸어간 행렬도 있었다. 송목사에 대해서는 소식이 구구했다. 어떤 사람은 파주쪽 금천역에서 봤다 하고, 어떤 사람은 철원에서 금화가는 길에서 봤다고 한다. 그 중 철원설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신당동 사는 한 탈주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수백명 인사가 두 줄로 서 간다. 오른켠 사람의 왼손과, 왼켠 사람의 오른손을 함께 묶는다. 인민군 두 세 사람이 줄끝을 쥐고 끌어간다. 송목사는 걷다 걷다 못해 기진맥진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인민군은, 송목사와 나란히 묶여가는 젊은 친구에게 송목사를 업고 가라했다. 송목사는 업혔다. 한참 갔다.

송목사는 그 젊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젊은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고맙소. 나는 남대문밖 도동에 사는 송창근 목사요. 혹시 젊은이가 탈주해서 서울에 가거든 내 ‘제사날’이 9월 29일이라고 전해 주소.”

그리고서 몸을 땅에 전져버리더라는 것이다. 낙후자는 총살하는데, 총소리는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 사람이 도중에서 옥수수 밭 속에 변보러 갔다가 도망쳐 돌아온 때 그 자신이 얘기한 그대로라고 들었다.

송목사 큰 아들 윤규는 철원 금화방면에 가본다고 준비했다. 그러나 10월 8일 국련군이 38선을 돌파 북진하는 바람에 길이 막혀 버렸다.

후일에 이북에서 이남에 망명한 김창순이란 사람이 자기가 납치인사들 담당관이었다면서 사연들을 상세하게 동아일보에 연재한 일이 있다. 너무 Dramatize한 느낌이 있지만 ‘만우’의 면모가 드러나는 구절도 많았다. 만우 일행은 압록강 중류 중강진 쪽으로 걸어가다가 도중에서 구자옥 서울중앙Y총무가 지쳐 쓰러져 묻힌 무덤을 찾아 목놓아 통곡했다는 얘기, 중강진에서 기독교연맹 김창준 목사가 일부러 환영한다고 찾아왔을 때, “이 배신자야 물러가라!”고 호통했다는 얘기 등등은 ‘만우’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 ‘만우’는 평양까지 갔었으나 장질부사에 걸려 민가의 독방에 감금된대로 세상 떠났다는 것이 김창순의 얘기였다.

어떤 이는 ‘만우’의 대남방송을 들었다고도 했지만, 내가 들은 대남방송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권태의’의 방송은 나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권태희는 지금도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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