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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42) 부산 피난 3년 – 피난 한신의 고장(Locus)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17 09:22
조회
549

[범용기 제2권] (42) 부산 피난 3년 – 피난 한신의 고장(Locus)

전쟁은 언제 끝날지 요량이 안간다. 나는 피난지서 ‘한신’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김길창 목사 교회당에서 개강했다. 그러나 그 교회에는 교실로 쓸 작은 방들이 없다.

권남선 목사 말에 의하면 남부민동 권목사 사택 길가 낭떠러지에 까마득한 높이의 석축을 위아래로 쌓아올리고 그 밑에는 공지 약 200평을 평평하게 고른 고장이 있다고 한다. 일인들이 설계한 것인데 지금은 적산이요 임대차 게약도 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근처 아낙네들이 인분을 더덕더덕 붓고 채소를 심어먹는 고장이란다. 시청과는 상관도 없는 무허가 경작이다.

우리는 그 고장을 신학교 기지로 쓰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료도 선납했다. 허가서가 나왔다. 우리 선생과 학생은 동네에서 삽, 곡괭이, 호미, 가래들을 빌려 인분을 흙으로 덮기 시작했다. 아낙네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면 방해한다. 우리는 아무 대꾸도 안하고 말없이 작업을 계속한다. 아낙네들의 욕지거리가 하두 심하기에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법대로 시청에 땅세 내고 이 땅을 빌렸으니 당신들이 불평이 있거든 시청에 말하시오.”

암만해도 말발이 설 것 같지 않으니까, 아낙네들은 하나 둘 흩어진다. 그 후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신학교 기지 아래켠 해변 가까이에 부산지구 계엄사령관이라나하는 김종원 대령이 자기 집을 지었다. 그럴싸한 주택이다. 그에게는 ‘호랑’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는 명령쪼로 말한다.

“신학교 사람들이 남의 주택 안뜨락까지 볼 수 있게 됐으니, 학교를 딴데로 옮기시오.”

“신학교기지는 법 절차대로 허락된 것이니 이제 옮긴 수는 없오마는, 댁의 안뜨락은 보이지 않게 널빤지로 북쪽 ‘가생이’를 둘러 막을테니 염려 마시오.”

그럭저럭 막지도 않고 그대로 지냈지만 별소리 없었다. 그의 권세도 ‘추상낙일’(秋霜落日)이라 오래가지 못했다. 거창사건 따위가 이엄이엄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는 정대위 목사가 학감이고 박한진 목사가 경리과장으로 일했다.

정대위 목사는 외국어에 천재적 소질을 갖고 있었다. 우리말 이외에 일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불란서어 등등 아홉나라 말에 능숙하다고 했다.

그는 미8군 군수품 책임자를 찾아가서 내버린 탄환Box를 신학교에 무료로 넘겨달라고 했다. 허락됐다. 트럭으로 남부민동 언덕밑까지 실어온다. 신학교까지는 오솔길 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 선생이 총동원하여 개미떼가 ‘메뚜기’ 끌어가듯 한다. 정대위는 낡은 군용천막(Tent)도 십여개 얻어왔다.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

남부민동 신학교기지는 제일 큰 천막 하나로 메꿨다. 천막에는 칸막이 천이 붙어 있었다. 여학생 숙소, 남학생 숙소, 교무실, 사감실 등등이 칸막이로 구분된다. 출입구 옆이 교무실이다. 사감은 차보은 선생이었다. 이우정, 김영희 등 학부 여학생은 차보은 사감과 기거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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