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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6권] (1604) 인간 속 샘터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29 09:12
조회
3372

[범용기 제6권] (1604) 인간 속 샘터

예수님은 지금 제자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가는 길입니다. 유태인 사회에서는 사마리아인이 인종적으로 ‘혼혈’된 족속이라 하여 ‘이방인’보다도 더 싫어하고 미워했습니다. 사마리아인과 가까이 하면 종교적으로 부정을 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중부고원에서 요단 계곡을 건너 동부고원지대를 걸어 갈릴리 호숫가에 내려가야 했습니다. 직접 사마리아 지방을 통과하여 에스드라엘론 벌판을 질러가면 아주 가까운 지름길이 됩니다. 그러나 종교적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미에서 사마리아 통과를 기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비인간적인 태도나 행위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과 함께 사마리아 지방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점심 때라, 제자들은 먹을 것 사러 시내로 들어가고 예수님이 혼자 야곱의 우물, 한 옛날 조상 야곱이 팠다는 우물 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 사마리아 여자가 물 길러 나왔습니다. 우물은 깊습니다. 물도 차고 맑고 약수 맛입니다.

예수님도 목이 말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을까요?”

여자는 대답합니다.

“나는 사마리아 여자입니다. 손님께서는 보아하니 유태분인 것 같은데 왜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하세요? 드려도 더럽다고 잡수시지 않으면 내가 무안하잖겠어요?”

말하자면 이런 말투였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에게 물 달라는 내가 누군 줄 알았다면 자네 쪽에서 내게 생명의 물을 달라고 청했을 것이네.”

“아니, 당신은 두레박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 까마득하게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낼 수 있어요? 당신이 우리 조상 야곱보다 더 유명한 분이신가요?”

“내가 주는 물은 네 속에 샘터를 마련하고 그 샘터에서 생수가 솟구치게 할 것이네, 그렇게 되면 천생 목마르지 않을 것일세.”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밤낮 물 길러 다니지도 않고요.”

“네 남편을 데리고 오게!”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남편이 없단 말은 옳아! 자네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 자네가 같이 사는 남편도 자네 남편은 아니니까……”

“어머나! 내 신세를 다 알고 계시네! 당신은 예언자이십니다.……”

여인은 동네에 달려가서 남편만이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을 다 데리고 와서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사실, 인생은 목마릅니다. 아무리 행복한 것같이 보여도 그 속은 메말라서 사막같이 되어 있습니다. ‘갈증’이 심합니다.

그 목을 축이려고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끌어다가 자기에게 붙여 봅니다.

돈이 많으면 목마르지 않을 거라 싶어 돈벌이에 몰두합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목마른 줄도 모릅니다. 돈이 벌어지면 ‘만사여의’다 하는 희망에 삽니다.

그러나 돈이 생긴 다음에는 또 색다른 갈증이 생깁니다. 돈이 잃어질까봐 고민입니다. 친구가 가까이 해도 저 사람이 내 돈으로 한몫 보려고 저러는거지! 하고 의심합니다.

외롭습니다. 인간이 모두 도둑놈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애써 돈을 지켜서는 뭣하느냐?

좋은 일에 내놓자니 아깝고 안 내놓자니 욕먹고 …… 이래 저래 괴롭습니다.

권세 가진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군주전제 시대에는 역적모의했다면 3족을 멸하느니, 5족을 멸하느니 했습니다. 왜 그렇게 엄청난 살인을 했을까요? 권세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얽어매는 집권자는 좀처럼 풀어주지 못합니다. 얽어매였던 놈이 풀려나면 반항하고 복수하여 이번에는 집권자 자신이 얽어매일까 두려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목마른 자가 그때 그때 물을 마셔도 또 목마르는 것과 같습니다. 당뇨병 환자 같이 됩니다.

현대 생활은 거의 전부 이득 동기에서 이득 본위로 꾸려집니다. 처음에는 인간이 이익을 추구합니다만, 다음으로는 이익이 인간을 쥐고 놉니다. 그래서 인간이 소유욕의 종이 됩니다. 술 중독자와 같은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먹고, 마감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속담과 같다는 말이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쓰므로 산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같은 Things의 세계에서는 “사람이 빵 만으로 산다”고 당당합니다.

요새 “에너지” 시대에서는 물질과 정신을 재연하게 갈라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만, 우리 일반 민중의 경험으로는 둘이 분명하게 다른 영역으로 이해됩니다. 하느님은 물질이 아닙니다. ‘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으로 하느님을 인지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스도를 몸으로 대하지 못합니다. 그의 육체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그의 소리를 귀로 듣고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임재(Presence)를 정신적으로 경험합니다. 그건 자기도취가 아닙니다. 자기심리의 ‘투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사도 바울의 그리스도 경험을 보면 알 것입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알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회심한 다음부터는 그리스도가 그의 Reality였습니다. 그리스도가 그의 all in all이었습니다.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가 그의 존재 안에 생명의 샘터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결코 목마르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왔을 때, 그의 속에 생명의 샘터는 더욱 힘차게 분출합니다.

“죽음아 네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하고 승전고를 울립니다.

죽음을 이겼다면 세상 모든 권세를 이긴 것이 됩니다.

세상 권세가 인간을 위협하는 최후의 한 마디는 “죽인다”는 선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육신과 영혼을 함께 지옥에 던질 수 있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라.”

영원한 생명의 샘터가 내 안에 있어서 생수가 강같이 솟구치는데 내가 어찌 목마르다 하겠습니까?

이것은 성령의 강림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요한복음 기자는 덧붙여 풀이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샘터가 내 안에서 생명의 샘물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인생사막의 사프란을 피우는 아름다움입니다. 삭막한 거리에 달마다 과일 맺는 생명수의 풍요입니다.

이런 ‘비전’이 말라 붙으면 백성이 망합니다.

(1974. 3. 3. 서울 초동교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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