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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5권] (139) 輓章文記(만장문기) - 남겨둔 사람(요한 21:20-23)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23 08:09
조회
3953

[범용기 제5권] (139) 輓章文記(만장문기) - 남겨둔 사람(요한 21:20-23)

승천하기 직전에 예수님은 제자들과 다시 만났다. 제자들에게는 “죽는다”, “죽지 않는다”, “죽었다가 살아난다”, “영원히 산다” 등등의 숙제로 머리가 ‘만원’이 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수님은 수제자 베드로에게 “순교”를 예언했다. 그리고 “후퇴” 없기를 경고했다.

베드로는 결심과 의심이 엇갈려 혼란을 일으킨다. 말하자면 ‘콤퓨준’이 생겼다. 그런데 늘 예수의 품에 기대여 앉고, 예수의 사랑을 독점하다시피하는 최연소자 요한은 어떻게 될까? 예수님이 그 어린 제자도 베드로 자신처럼 참혹하게 죽도록 내버려 두실까? 어쩌면 예수님도 ‘편애’ 하시는 것이 아닐까? 은근히 질투도 느꼈을지 모른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땅에 머물게 한다셈치더라도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이 말씀에서 그들은, 적어도 요한은 베드로처럼 순교의 죽음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는 암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요한이 일찍 순교의 죽음을 당하든, 오래 살든, 오래 살아남든 그건 내가 내 아버지의 좋으신 뜻대로 할 것이요, 네가 개입할 영역은 아니다. 너는 네 형제의 ‘파수꾼’ 또는 ‘지배자’가 아니다. 네 목숨이 하느님 손에 있는 것 같이 요한의 목숨도 하느님 손에 감추어 있다.

어쨌든, 전설대로 본다면 요한 사도는 소아세아에서 백세를 넘겨 살면서, 죽는 순간까지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며 숨을 거뒀다고 한다.

사랑바던 사도는 사랑하는 사도로 사랑하며 오래 살았다. 다른 사도들은 일찍 순교했는데, 그는 극적인 순교자 List에서 빠졌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사도들보다 못한 유산을 남겼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불우한 세상 가운데서 수난자와 남은 백성과의 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느님은 역사의 주인으로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이런 일, 저런 일에 적절하게 쓰신다. 우리의 인권 운동도 제일차적으로 하느님과 나와의 이런 관계에서 풀이돼야 할 것이 아닐까?

(19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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