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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52) 교권에 민감한 서울의 중견목사들과 한국신학대학 – 경용 입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22 08:43
조회
549

[범용기 제2권] (52) 교권에 민감한 서울의 중견목사들과 한국신학대학 – 경용 입원

경용은 피난중의 대광소학교에 다녔다. 남부민동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못 먹고 지쳐서 병이 났다. 밥 못먹고, 열이 나고, 배가 뚱뚱 부었다.

내가 아는, 피난 중의 의사들을 모셔다가 진단을 시켰으나 모두 딴소리다. 복막염이라는 둥, 위확장이라는 둥, 횡경막에 물이 고였다는 둥, 신장이 나쁠거라는 둥 각양각색이다. 손톱과 발톱눈에 굵은 주사 바늘을 들이꽂아 피를 뽑는다. 의사마다 피 한방울씩은 뽑는다.

하루는 구포에서 개업하고 있는 강형룡 의사를 불렀다. 남부민동까지 왔다.

‘간’이 부었다는 것이었다. 곧 입원시키란다.

남부민동 가까이에 8군에서 경영하는 이동병원이 있다. 그리고 데려갔다. 고아들과 피난민 아이들 상대기 때문에 비용은 전적으로 면제다. 이화의대 여의사들이 거의 전부다. 그들은 간호원겸 ‘인턴’의사다.

전문의들도 자주 들린다. 원장은 미국인으로서 8군 군의다.

오른켠 ‘간’이 불어서 다른 기관들 위에 덮쳐버렸다는 것이다. 단백질 부족으로 오는 일도 있고, 디스토마 등 벌레나 균 때문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선 영양섭취부터 잘해야 한다면서 우유, 고기, 영양죽 등을 하루에 네댓번씩 먹인다. 며칠 동안 살이 포송포송 올랐다.

그 나이 소년으로서 밤낮 한고장에 누워있으니 답답할거다. 동화책을 사다 준다. 이튿날 들리면 벌써 다 읽었다. 또 사 온다. 두세책 갖다줘도 그날도 끝낸다. 한 주일쯤 지내니 서점의 동화책이 바닥났다. 안 읽은 책이 없었다.

병 원인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간 세포를 검사해야 하겠단다. 끝이 갈구리로 된 주사침을 간에 드리박고 빽돌려서 뺀다. 간의 살이 묻어나온다.

검사 결과는 소망적이었다. 디스토마나 결핵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루는, 아침 일찍 들렀는데 여의사들이 긴장해 있었다. 내출혈 증상이 있어서 밤새도록 비타민K. 주사를 계속했다는 것이었다. 손바닥에 동그란 반점이 보인다.

며칠동안 비타민K. 주사를 계속했다.

결국 반점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지 않는다.

“무엇이 소원이냐?”하고 나는 물었다.

“바깥 마루에 앉아 느닷없이 볕쪼임했으면 좋겠어요” 한다.

퇴원해도 된대서 퇴원수속을 했다.

여의사들과 간호원들은 한군데 모였다. 경용과 작별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담당여의가 경용의 손을 잡고 그리로 데려간다. 나도 가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들은 경용에게 작별노래를 권한다.

경용은 찬송가 435장을 부른다.

1절 후렴 -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 중간에서 울음이 터져 마구 운다. 간호원들은 끌어 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쓰다듬어 준다.

낮에는 그래도 틈만 나면 내가 들렀었지만 5시 이후에는 가족도 얼씬 못하게 한다. 긴 긴밤을 혼자서 세우려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지금 그것이 울음으로 터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간호의사들은 “아이가 됐어! 벌서 ‘주체’가 딱 서 있단 말이야!”, “주사 놓을 때 찡그리거나 아픈티를 낸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간 세포 떼낼 때에도 어른보다 더 태연했다니까 그래요!”

마침 8군 군의인 원장이 자리에 있었길래 나는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제는 생명에는 관계없을 거요. ‘반점’이란 건 Bad Sign이거든요! 부었던 간도 말랑말랑해졌고, 졸아들어서 제 자리에 있고,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니 염려없겠소. 다행한 일이오. 나도 기쁘오…….”

병원 문에서 나오자마자, 입구 자그마한 데스크에 거므티티한 한국사람이 앉아 있다. 나는 보는체만체 앞을 지나려했다.

“나는 이 병원 원장이요, 입원비를 내고 나가시오!”

“피난민에게 무슨 돈이 있겠오! 무료로 치료해 줘서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는 입이 쓴지 별말 없었다.

경용은 대광소학교 졸업반인데 첫 학기를 온전히 빼먹었다. 나는 경용을 데리고 대광 교무주임 장윤철을 찾아갔다.

“제 반에 복교할 수 없을까요?”

교무주임은 시험을 치러본다면서 중요과목에서 숱한 문제를 내놓고 즉석에서 답안을 써 내라고 한다.

두어시간 후에 장선생이 나왔다.

“좋습니다. 답안에 별로 틀린 것 없었습니다. 교장선생도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시련이 극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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