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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48) 忙中閑 – 상철ㆍ신자 결혼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18 09:26
조회
600

[범용기 제2권] (48) 忙中閑 – 상철ㆍ신자 결혼

신영희와 정자는 진영읍에서 보건진료소를 경영하고 있었기에 한얼학교 피난부대 교사들과는 한식구처럼 지내는 것이었다. 그때 상철은 한얼학교 교사로 있었다.

하루는 정자가 일부러 부산에 와서 상철과 신자의 결혼을 허락하라고 나에게 간곡히 권한다.

“그거야 자기들 의사에 달린 것이지, 다 큰 사람들에게 부모가 무슨 간섭이냐!”하고 나는 말했다. 그것은 ‘허락’의 은어(隱語)다.

상철과 신자는 같은 신학생으로 오랫동안 경동교회에서 주일학교 일을 함께 한 잘 아는 사이였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정자가 상철과 신자의 결혼 허락을 내게 권했을 때는 이미 상철과 신자는 어느 조용한 곳에 가서 둘이서 손잡고 기도하고 결혼을 약속했단다.

상철은 부산에 올라와 한신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학사, 석사의 칭호를 받았다. 학우회장으로도 있었다.

결혼식으로는 부산 남부민동 ‘한신’ 강당에서 최윤관 목사 주례로 거행했다.

청첩인으로는 강원용과 김하용이었다. 피로연은 즐거웠다. 졸업생과 재학생, 피난 중의 명사들, 시내 교직자들… 강당이 터질 지경이었다. 매마른 피난 생활이었지만 냉면은 넉넉했다.

신접 살림을 위해서는 남부민동 골짜기 건너편 가파른 언덕 중턱에 맨드름이 매달린 외홋집을 세내 두었다.

신랑ㆍ신부는 피로연이 끝나자 우리집에 들었다. 음식은 성의껏 차렸단다.

신랑은 식사시간 전에 것잡을 수 없이 운다. 뭔가 폭발되는 감정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추측건대, 그는 시베리아에서 나서 어려서 부모를 따라 북간도에 와서 고생 고생하면서 자라왔다. 해방후 부모형제들은 북간도에 남겨두고 단신으로 공부한다고 월남했다. 평생 혼자서 고학해온 의지파다. 그러나 결혼의 즐거운날, 아버님도 어머님도, 할머니도 외갓집도 곁에 있지 않다. 혈연으로 본다면 철저한 ‘외톨이’다.

나는 ‘왕유’의 시를 연상한다. 이 시는 ‘왕유’가 17세 때 지은 시다.

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住節倍思親 遙知兄第登高, 遍挿萸小一人

“혼자 딴 고을 나그네 되니, 명절때마다 부모생각 더 난다네,
오늘 내 형님, 내 동생
산에라도 올라갔다면,
가슴에 다는 꽃
한송이 남은 달거야!”(시역)

집에서 예배드리고 둘이서 산비탈 오솔길을 오른다. 딸 시집보내는 부모는 언제나 시원ㆍ섭섭하다는데, 하나 더 붙여 애처롭기도 하다.

사흘 후에 신부가 부모님을 식사에 초대한다. 신접살림은 행복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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