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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감사주일 설교] 감은(感恩)의 생활

장공전집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9-27 17:08
조회
977

감은(感恩)의 생활 - 감사주일 (에베소서 5:15~21)

맹자님의 자기 고백 가운데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부모가 함께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연고없이 지내는 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둘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특한 제사들을 얻어 교육하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라.”(君子有三樂하니 父母倶存하고 兄弟無故 一樂也오, 仰不愧於天하며 俯不怍於人이 二樂也오, 得天下之英才而 敎育之三樂也)고 했습니다.

공자님도 자기 이야기를 말씀하신데 “余十有五而 志于學하여 三十而 立하고 四十而 不惑하고 五十而 知天命하고 六十而 耳順하고 七十而 從心所慾而 不踰矩”라고 하셨습니다. 칠십 될 때까지 수양에 수양을 더 하셔서 맘대로 해도 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다 자기가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이요, 그 배후에 하나님의 은혜가 인도하고 붙들어 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말씀은 없습니다. 맹자님의 말씀에도 이러한 것이 ‘낙(樂)’이라 즐겁다고는 했지만 감사의 심정은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감사! 이 지극한 덕은 하나님의 영에 접촉한 신앙의 사람이 아니고서는 가지지 못하는 심정입니다.

사람끼리서 고맙다는 것은 어디서나 있는 인사요 예절이지만, 하나님께 감사하는 심정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나 자기 중심의 생활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감사할 것입니까? 크리스챤의 생활은 어떤 것만을 꼬집어 감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좀더 밝히 깨닫기 위하여 몇 가지로 정돈하여 말씀하기로 합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의 육체적 생명과 그 생명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조건을 위하여 감사합니다. 이 치밀하고 기묘한 육체의 조직이 주어진 것은 생각할수록 놀랍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행복, 산과 물과 꽃과 나무와 색과 짐승을 완상하며 즐기는 행복, 그것은 진실로 동양 시인들의 깨끗한 정취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먹을 것, 입을 것, 거주할 처소가 주어져서 이 육체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연사(年事)의 풍흉에 별로 관심하지 않고 삽니다. 그러나 기근이 들어 ‘도시락’에 붙은 남들이 먹다 남은 밥알갱이 하나를 위하여 골 싸매고 경쟁하는 굶주린 유랑민을 남의 일같이 여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주님께서도 식탁에 앉으신 때에는 언제나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나누셨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먹을 수 있다는 것, 남에게 먹을 것을 나눈다는 것은 하나의 종교적인 중대사입니다. 그러므로 의식주(衣食住)의 건전 공평한 생산과 분배는 하나님께서 가장 중대하게 보시는 것의 하나임을 구약의 예언자들은 더욱 강조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는 우리의 모든 문화적 유산을 위하여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가 야만에서 문명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어 올라간 문화사의 자취를 살핀다면, 그 거치른 자연을 소재로 한 이념의 승리를 하나의 달콤한 감격으로만 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피와 땀으로 엮어진 더 높은 마음들의 희생이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셨다”는 우리 영혼들의 자랑이었습니다. 이 모든 영웅과 철인과 예술가와 성인들을 이 역사의 무대에 출전시키고 그들을 섭리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는 진실로 6천년 문화사의 초점에서 불붙는 횃불입니다. 우리의 발부리에는 이렇게도 유구한 희생의 축적이 놓여 있습니다. 이 문화의 유산이 오늘날 우리에게처럼 풍부한 때는 없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전 세계에 들리게 하며 하늘 같은 바다를 건너 서로 말하고 날개 없는 인간들이 남명(南冥)의 대붕(大鵬)인 듯 수만리 창공을 단숨에 날아다닙니다. 의학계에 있어서도 ‘페니실린’이니 ‘마이신’이니 하는 명약을 생각지도 못한 우리들에게까지 제공합니다. 우리가 이런 건설의 거인들을 생각할 때 이런 것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열어 주시지 않으셨다면 그 막힌 마음은 스스로 웅크러져 질식해 버렸을 것인 까닭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화가 그리스도를 먼저 배운 나라들에서 발전했다는 사실을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스도를 여러 가지 인간 문화 중 어느 한 부분으로 치부하고 그렇게 설명하려는 데서 부득이, 문화와의 ‘대결’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문화를 창조하는 초(超) 문화적 원천으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는 한, 문화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크리스찬에게는 언제나 그리스도교적인 문화 건설의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능력대로 일하고 소요대로 소비할 수 있는 물질생활의 자유를 얻고 온갖 현대 문명을 향락할 수 있다 셈치더라도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도덕적, 영적인 존재자로서 영원한 생명을 탐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나라가 아무리 행복스러워도 그것이 그대로 하나님의 나라는 아닙니다. 그것은 암만해도 ‘다리 위에 세운 집’이요, ‘길 가는 손님의 여관집’입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영주(永住)할 수 없습니다. “내가 어찌하면 영생을 얻으리이까?”하는 질문은 한 젊은 서기관만의 질문이 아닙니다. 이 ‘영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인생은 결국에 가서 무의미, 절망, 허무로밖에 보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작은 반딧불 같은 생명이 어둠 속에서 얼마 동안 반짝인다 할지라도 결국은 어두움에 삼켜 버릴 것이 사실인 까닭입니다. 이 작은 반딧불의 반항 대상으로서는 만상을 덮은 암흑은 너무나 크고 무감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20장에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가 있습니다. 풍년이 들어 오곡이 산처럼 쌓였으니 어찌할까? 곳간을 헐어 다시 늘리고 거기 천석만석 곡식을 쌓은 다음에 그는 스스로 자기 영혼에게 말하기를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편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리하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였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에 부족함이 없고 온갖 문화적 유산을 받아 현대인으로서의 문화생활을 유감없이 향락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영혼’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때, 나와 창조주 하나님과의 문제가 풀리지 못한 때, 우리는 이 어리석은 부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형제가 이런 환상을 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최후 심판의 광경이었더랍니다. 하늘이 종잇장같이 말려버리고 태산 준령이 평토장으로 허물어지면 지질(地質)이 물같이 녹아 흐르는데 온 천하는 죄인들의 아우성소리로 찼습니다. 그도 그 혼란과 규함(叫喊) 속에서 어쩔 줄 몰랐었습니다. 홀연히 그의 앞에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십자가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파멸과 혼란은 십자가의 반석을 스쳐 흘러가는 한굽이 물결에 불과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져도 영원하고 거룩한 사랑의 결정(結晶)인 십자가는 멸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반석 위에 세운 집이었습니다. 그것은 허물어질 요소를 그 자체 안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자신의 ‘하아트’였습니다. 그는 기뻤습니다. 그의 영혼은 절대로 안정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오, 나의 구원이요 나의 반석이시여” 하고 노래하다가 그는 깨었답니다. 이것이 비록 하나의 환상이었다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구원을 그려 낸 훌륭한 ‘신학’(神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의 멸망에서 벗어나 영생으로 들어간 것을 위하여 참으로 감사합니까? 무지하고 패역하여 진노(震怒)의 자식이었던 우리가 어쩌다가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의 사랑에 인연 맺게 된 행복을 무엇으로 감격할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울의 편지에는 그의 ‘감사’한 말씀이 구절마다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이 그리스도 신앙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감사였습니다.

우리는 가룟 유다를 만고에 용서 못 받을 악인이라고 저주합니다. 가룟 유다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그가 자기 선생님을 은 30에 팔았다는 죄목이겠지요.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다시 말하면 그가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사람,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만일 가룟 유다보다 나은 신자로 자처한다면, 또는 맹자님이나 공자님이 못 가진 무엇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한다면, 범사에 특히 우리의 구원과 영생을 위하여 하나님과 그리스도 우리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바울은 이것이 너무 감사해서 온갖 명예와 지위와 행복을 분토같이 버리고 오직 그리스도의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습니다. 바나바는 이것이 너무 감사해서 자기의 전 재산과 함께 그 몸까지 드려 세계 전도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참으로 ‘신자’라면 이런 감격이 없을 수 없습니다.

[광야에 외치는 소리]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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