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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기 제2권] (133) 3선개헌반대 범국민 투쟁위원회(1969) - 투쟁위 발기인 대회와 조직체 구성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9-29 17:10
조회
966

[범용기 제2권] (133) 3선개헌반대 범국민 투쟁위원회(1969) - 투쟁위 발기인 대회와 조직체 구성

한달 후에 서울에서 발기인회가 모였다. 대성빌딩에서였다고 생각된다. 대만원이었다.

장준하 사회로 내가 개회사, 함석헌 연설 규약통과 임원선거 등등 일사천리 한 시간안에 모두 마쳤다.

내가 또 위원장으로 됐다. 박정희 앞에서의 ‘적전상륙’인데 ‘사퇴’ 운운하는 약점은 금물이라 생각되어 두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딴 고장에서 실행부가 모일 때에 사퇴하고 퇴장까지 했지만, 그러면 다 헤어지고 다시 모이지도 못한다기에 그게 실상인 것 같기도 해서 다시 들어가 계속했다.

실행부에서는 이미 준비된대로 부서별인선, 중앙집행위원명단 등등이 통과되고 그 선정된 부서에서 조직, 사업프로그램 등등이 의결되어 의젓한 조직체가 됐다.

왜 내 이름이 반드시 필요했을까?

① 이것은 단일야당인 신민당을 위시하여 여러 군소정당(群小政黨)들이 자진 가담했을뿐 아니라, 박정권에서 제외된 몇 고급 군인, 재야 정치인, 학자 등등의 일관된 모임이니만큼 어느 ‘정당인’이나 ‘정치인’을 수반으로 한다면 다른 정당 정치인의 면목이 서지 않는다는 숨은 이유도 있었을지 모른다. 특히 단일 야당인 신민당에서 선출한다면 유진산씨를 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럴 경우에는 조직 이전에 해산될 우려가 농후하다는 말들도 있었다.

②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네임 벨류’ 즉 ‘명망’이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③ 그러면서도 자유민주주의에 관심이 깊고 그 방면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

④ 그러나 그 자신은 정권에 대한 야심이나 정권획득을 위한 그 자신의 정치단체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야 한다.

그런 각도에서 내 이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이건 나 자신의 부정적인 억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의 사회생활이란 이용당하면서 이용하는 양면이 함께 있다는 것을 벗어날 도리가 없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인테그리티’를 지킬 줄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장준하는 내 제자랄 수도 있고 김상돈은 내 오랜 친구니만큼 그들이 나를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수단’으로 썼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의 말대로 내 이름이 어떤 응결력(凝結力)이 된다면 그것도 봉사가 될 것 같아서 자신없는 ‘감투’지만 민주질서에 따라 결정된대로 써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정치인들과의 접촉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① 정치인들은 그 본직이 나라를 걱정한다는 것이니만큼 선이 굵다. 화제가 주로 ‘나라경륜’을 축으로 교환된다. ② 어떤 문제를 중심으로 격론이 벌어졌다가도 어느 방향으로 결정된 다음에는 담담하게 웃고 농담으로 씻어버린다.
③ 권력쟁취를 위해서는 당내권력이나 국가권력이나를 막론하고 비상하게 민감하다는 것.
④ 그러나 자기 본심을 좀처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서 누구에게나 엉뚱한 배짱이 숨어 있다는 것 등등이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진산 씨는 고문의 한 사람으로 추대되어 있었기에 실무진 모임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발기인 명단을 최종 결정할 때에는 일찌감치 나와 회의실 저쪽 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철승이 발기인 50여명의 이름을 발표한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서울을 중심한 야당인사들이었다. 유진산씨는 거기에 백기완의 이름이 들었다해서 분노했다. 그리고 범국민운동이라는데 지방인사들은 거의 발기인에 들지 못한 이유가 무어냐고 따진다.

연설이 유창했다.

내가 사회하고 있었는데 유진산씨 발언이 장장 30분을 넘게 되니 회원들로부터 언론을 중지시키고 속히 결정하자는 쪽지가 들어온다. 아마도 지금까지 머리 한번 내밀지 않던 사람이 막판에 와서 무슨 잔소리냐 하는 생각들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실컷 말하게 했다.’ 너무 지루했었는지 스스로 그쳤다.

우리는 이철승 씨 제안으로 지방인사 50명을 새로 넣기로 하고 그 명단을 호선했다.

유진산 씨 제언대로 된 것이다.

유진산 씨는 탁월한 정치역량과 능한 정략의 소유자인 것으로 보였다. “정치는 현실이다” 하는 그의 지론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지조가 의심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평생 ‘야당’으로 일관했다는 데는 경의를 표해 무방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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