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02-2125-0162
changgong@hs.ac.kr

장공의 글

[범용기 제4권] (16) 상한 갈대 – 시간의 여울에서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4-16 17:18
조회
832

[범용기 제4권] (16) 상한 갈대 – 시간의 여울에서

우리가 “크리스마스”니 “설”이니 하는 어떤 특정한 계절을 계기로 해서, 일년내내 소식없이 지내던 친구끼리 서로 “카아드”를 교환하고 약간의 선물을 주고 받고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꽃을 피우는 아름다움이다. 소위 우주적인 시간에야 무슨 다름이 있으랴마는, 그 시간을 인간이 자기 시간으로 개발해서 “내 시간”, “우리 시간”으로 “인간화”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고 자랑이다. 말하자면 이 시간을 “내 시간”, “우리 시간”으로 우리 개인, 교회, 또는 역사에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사건”의 “모멘트”로 만든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어떤 고장(Locus)에 토착화하는 것이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창작행위라 하겠다. 가령 헨델의 메시야 전곡을 시내 연합교회에서 성가대, 교향악단, 쏠로이스트들이 공연하여 하늘의 영광을 인간들의 혼 속에 파도치게 했다는 것을 크리스마스란 자연계절의 시간에 한 “역사적 사건”을 조각한 “삭상”이었다고 하겠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1980년은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넘어 가버리고 1981년이란 새해가 온다.

“테니손”의 시에서와 같이 인간이 “인간”되기에는 더럽고 부끄럽던 동물적인 폭력과 살육을 묵은 해의 마감 종소리와 함께 울려보내고 광명과 화평과 정의와 사랑을 울려들이는 새해의 종소리가 울려 퍼져야 하겠다. 그래야 “새”해라는 명절이 대나무의 마디나 소나무의 연륜처럼 전체 생장의 표지가 되겠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할 일이 있다고 본다.

1) 개인들이 성실해야 하겠다. 남을 속여먹을 생각, 남의 것을 감쪽 같이 내 것으로 만들려는 잔재간부리기 등등, 영리한 일부 현대인 생활스타일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좀 못난 것 같더라도 진실스런 자기를 간직하자는 말이다. “정직해 갖고서는 못한다”는 것이 본국 사회의 통용어가 되었단다. 그러나 못살셈치고 정직해 보자는 생각이다.

요새는 전략(Strategy)이 너무 발달해서 친구끼리도 어디까지가 “본심”이고 어디서부터가 “전략”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

최근 본국에서 들려오는 얘기로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뿔리 말하다가 “진실”이 팅겨나오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감옥에 가거든 법정에 서든 자기 양심대로 “예”와 “아니오”를 똑바로 증언하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을 우리는 “성실한 인간”이라 부른다.

2) 정돈해야 하겠다. 본국은 가치기준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선”이 “악”으로 되어 벌 받고 “악”이 “선”으로 되어 표창 받는다. 자유민주의 “심볼”인 김대중은 누명을 씨워 죽인다고 야단이다. 전 세계가 하두 떠드니까 움칠하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 역사에는 그런 따위 억울한 사건들이 많았다. 역사 기록을 곳간에서 모두 끄집어 내어 과거의 잘, 잘못을 다시 비판하고 정돈해야겠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우선 이 정돈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 왕양하게 흐르는 우리 민족 생명을 우리의 역사창조와 국토의 생산성에 관계하여 진짜 나라건설의 “해”로 맞이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966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
공지사항
[귀국이후] (1) 머리말 - 범용기 속편
장공 | 2019.02.14 | 추천 0 | 조회 8735
장공2019.02.1408735
공지사항
[범용기 제6권] (1601) 첫머리에
장공 | 2018.10.29 | 추천 0 | 조회 9230
장공2018.10.2909230
공지사항
[범용기 제5권] (1) 北美留記(북미유기) 第七年(제7년) 1980 – 설날과 그 언저리
장공 | 2018.10.01 | 추천 0 | 조회 8842
장공2018.10.0108842
공지사항
[범용기 제4권] (1) 序章 - 글을 쓴다는 것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9430
장공2018.04.1609430
공지사항
[범용기 제3권] (1) 머리말
장공 | 2017.10.10 | 추천 0 | 조회 9849
장공2017.10.1009849
공지사항
[범용기 제2권] (1) 머리말
장공 | 2017.08.02 | 추천 0 | 조회 9750
장공2017.08.0209750
공지사항
[범용기 제1권] (1) 첫머리
changgong | 2017.06.26 | 추천 0 | 조회 11052
changgong2017.06.26011052
549
[0531] 4ㆍ19의 회고(回顧)와 전망(展望) - 1962년
장공 | 2018.04.19 | 추천 0 | 조회 909
장공2018.04.190909
548
[0519] 4ㆍ19 以後(이후)의 韓國敎會(한국교회) - 1961년
장공 | 2018.04.19 | 추천 0 | 조회 841
장공2018.04.190841
547
[0511] 4ㆍ19와 정신적 기반 - 1961년
장공 | 2018.04.19 | 추천 0 | 조회 872
장공2018.04.190872
546
[범용기 제4권] (18) 상한 갈대 – 断(단)과 和(화)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747
장공2018.04.160747
545
[범용기 제4권] (17) 상한 갈대 – 버려진 헌 신짝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889
장공2018.04.160889
544
[범용기 제4권] (16) 상한 갈대 – 시간의 여울에서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832
장공2018.04.160832
543
[범용기 제4권] (15) 상한 갈대 – 앉은 불상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785
장공2018.04.160785
542
[범용기 제4권] (14) 상한 갈대 – 無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781
장공2018.04.160781
541
[범용기 제4권] (13) 상한 갈대 – 늙어서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804
장공2018.04.160804
540
[범용기 제4권] (12) 상한 갈대 – 오염을 숨쉰다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763
장공2018.04.160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