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제4권] (40) 내 백성 내 민족 – “못자리”와 “모내기”
[범용기 제4권] (40) 내 백성 내 민족 – “못자리”와 “모내기”
苗床(묘상)과 移秧(이앙)
한국은 분단이전 이른바 “삼천리 금수강상”, “2천만 우리겨레” 때에도 비좁고 구차스러워 독수리같이 창공만리를 날개펴고 자유 웅비(雄飛)할 기백이 꺾여 살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三千三百(삼천삼백)만 인구가 동강이 난 38도선 이남에 몰려 옥신각신 “인상식”(人相食)을 벌린다.
남을 잡아먹으면 내가 살 것 같지만 바로 내 뒤에 또 나를 잡아먹을 놈이 노리고 있다. 무슨 살 길이 없을까?
그래도 좋게보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일 수도 있겠다.
숨막히게 밀집된 “모판”에 그대로 있어 갖고서는 열매맺을 가망이 없다. 간혹 이삭이 나와도 알맹이가 없다. 영양부족이랄까? 다같이 시들시들 말라 죽는다.
그것들을 뿌리채 뽑아서 넓은 벌판에 너슨너슨 옮겨심어야 알찬 쌀이 이삭마다 품겨 그 무게로 이삭은 까불지 못한다. 성숙한 인간이 겸손한 것과 같다.
나는 남한이 “모판” 같다고 했다. 문제는 “모내기”다. 일본이란 논밭에는 70만 그루가 옮겨 심어졌다. 모낼 고장으로서는 이상적이랄 수가 없다. 그래도 모판에서 말라죽는 것보다는 낫다. 낫달뿐일까? “야요이시대” 원시 일본에 이식된 “그루”들은 풍작이었다. 삼국시대와 고구려 멸망 후의 이주민 부대도 “격앙가”를 부르며 풍작을 즐긴다. 최근 이차대전 중에 포로 같이 끌려 일본군수공장에서 강제노동하던 수십만 교민들도 투쟁하며 건설해 간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원래가 “이주민” 자신들이 세운 나라니만큼 동양족 이주민도 평등으로 자유민주다.
어쨌든, 더 넓은 공간에로 옮겨라.
그런데 왜 본국의 군사정권에서는 남북 모두가 쇄국주의에 신나서 “모판”에 5천만을 가둬만 두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종”이 많은게 大家(대가)의 자랑이라더니 “대가” 노릇하고 싶어 그러는 것일까?
“저 높은 곳을 향하여…”도 좋지만 높은 곳은 올라갈수록 서민은 못한다.
차라리 “더 넓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법이고 불법이고 분토같이 버리고 달려 나오라, 뛰어 넘어라. 해외발전은 민족생활의 비약이고 모내기 작업이다. 반드시 “풍작”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더라도 그것을 기대할 여건은 있다.
[198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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