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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4권] (36) 내 백성 내 민족 - 民草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9-04 10:07
조회
506

[범용기 제4권] (36) 내 백성 내 민족 - 民草

동양고전에서 백성을 풀과 같다고 했다. 공자도 그렇게 말했단다. 풀은 바람이 부는대로 쓰러진다. 바람이 불어 오는 방향에 따라 밀려 누워 버린다. 역행은 못한다. 여기서 “풀”은 물론 민중이겠고 바람은 권력자 또는 “관료배”라 하겠다. 이건 지금도 비슷하다. 독일민족은 “똘똘”이로 자타가 공인했지만, 히틀러의 광풍에 밀려 히틀러에게 충성을 서약하고 자유국가들과 죽어라고 싸우다가 기진맥진해서 항복했다. 일본민족도 그리했다. 다만 소수의 사회정의파 크리스챤 지도자가 있어 독일에는 니믈러를 비롯한 3천단위의 교직자들이 투옥되었고 그중 본 훼퍼같은 천재신학자는 히틀러 암살을 음모했다가 실패하여 해방직전에 사형됐다.

일본에서는 소수 무교회주의 크리스챤과 좌익지도자 몇 사람이 침략군벌에 항의하다가 투옥되어 해방된 날에 나왔다. 그러나 조직교회 인사들은 바람 앞에 풀처럼 춤췄다. 일본신학의 대변자라는 “무라까미” 교수는 기독교, 다시 말해서 호국종교로서의 기독교를 이론화한다면서 그걸 선전하기 위해 한국(그때에는 조선)에까지 출장했었다. 그때 필자는 조선신학을 안고 몸부림치던 무렵이었다. 물론 필자도 그를 만나서 한 시간쯤 얘기했다. 그 이튿날이던가 종로 YMCA회관 앞에는 그가 일본적 기독교를 강연한다는 광고판이 섰다. 그런데 그가 YMCA문앞까지 와서 졸도했다가 겨우 소생해서 그 길로 귀국했다.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는 “일본적 기독교와 졸도도”라는 속담까지 돌았다. 그때 일본의 어느 신학교수는 “창세기를 일본신화에 맞춰 다시 쓴다” 장담하기도 했다. 그들은 히틀러 바람에 춤추던 German Church 파를 쳐다보면서 “원숭이 곱새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민초”였다면 죄가 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바람 노릇을 했으니만큼 죄 없다 할 수 없겠다.

지금 한국에서는 전두환이란 “악마”가 뿜어대는 독까스 바람에 “민초”는 그대로 나부낀다. 전두환 바람에 춤추며 제 바람 피우는 교회지도자가 있다면 그건 히틀러교회 목사나 일본군벌교회 지도자보다 더 치사한 써어커스 원숭이가 아닐까?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풀의 끈기” 때문이다. 나무는 광풍에 꺾어지고 뿌리채 뽑히는 일이 있어도 풀이 바람에 뽑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박정희가 즐겨쓰던 두 가지 언어가 있다. 하나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 운운하는 말이었고 또 하나는 “뿌리채 뽑는다”는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뿌리채 뽑힌 인사가 있을까? 특히 “민”이라는 “풀”은 결코 어느 폭군에서도 뿌리채 뽑히는 일은 없다. 다만 잎들이 순응하는체 했을 뿐이다. “적응하면서 항거한다”는 것이었다. 신사참배가 강요된다. 안하면 어른들은 실직하고 아이들은 퇴학된다. 교회는 문 닫힌다. 남산신궁에 집단으로 간다. 가서 소위 “배례” 시간에 무얼 기원하라는 건가? “천황만수무강, 황군무운장구”를 빌라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빌었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전부가 입속말로 “이 우상의 제단을 허물어 주님 교회 서게 해줍소서”, “일본이 패하고 조선이 독립되게 해줍소서 하고 우리 하나님께 기도했지!” 한다. 그게 “민”이라는 “풀”의 전략이다. 적응하는체 하지만 뿌리는 5천년 역사의 흙 속에 깊다. 전두환 따위가 “민초”를 이길 수는 없다. 뽑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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