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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4권] (60) 細語錄(세어록) - 가시덤불 속에서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9-10 09:08
조회
447

[범용기 제4권] (60) 細語錄(세어록) - 가시덤불 속에서

하늘의 생명을 배태한 한 씨앗이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 앳된 자엽(子葉)이 굳은 외피(外皮)를 뚫고 머리를 내밀었다.

어딘가 빛이 있기는 한데 흑막이 빛보다 짙다. 어디선가 바람이 미동(微動)하는데 천식환자같이 헐떡여야 한다.

“왜 태어 났는가?”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고! 삶 자체가 괴로움이다. 그늘에서 자라는 “허약”이 모든 것을 “허약”의 항목 속에 통산한다. 약하니 하찮은 벌레도 업신여긴다.

가시덤불은 곡식이 아니라 가시돋힌 잡목이다. 힘센 맹수형이랄까. 가시가 싫어서 나무꾼도 봄처럼 손대지 않는다. 박토에서 자라지만 옥토에서는 더 잘 자란다. 그래서 “악화”의 밀림을 이룬다.

농부에게는 곡식 기를 의무가 있다. 이 억울한 수난자 구출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불을 지를까?”

잘 탈 것이다. 그러나 곡식도 함께 탈 것이다. 그것은 무의미하다.

“덤불을 휘여 묶여 통풍부터 되게 할까?” 안하기 보다는 났겠다. 그러나 다른 가지들이 더 많이 치밀어 나올 것이다.

“낫으로 조심조심 베어 버리자!”

그러나 새 싹이 더 많이 힘차게 돋아날 것이다.

“뿌리가 문제다!”

그러나 작업의 순서는 있다. 우선 베어버려야 한다. 그리하면 찌르는 가시는 없어진다. 다음에는 밖에서부터 살금살금 뿌리를 파 헤친다. 한가닥 한가닥 파내고 끊어낸다. 그리고 그 고생에 시달린 약한 곡식 싹들을 가꾼다. 먹을 것, 마실 것, 알맞은 햇빛, 그리고 벌레잡기 – 그래서 갱신의 과정을 진행시킨다.

생명은 안에서 밖으로 생성발전한다. 환경이란 스스로 발전하는 생명의 노작을 방해하지만 않으면 된다. 생명발전의 “코오스”에 보탬이 되도록 성실하게 도와주면 더욱 더 좋겠다.

모든 것은 곡식본위라야 한다. 곡식은 “인간”이다.

교회라는 이름의 “농부”에게는 할 일이 많다.

[197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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