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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5권] (126) 輓章文記(만장문기) - 첫 머리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22 08:21
조회
766

[범용기 제5권] (126) 輓章文記(만장문기) - 첫 머리에

‘長空’(장공)의 나이는 서력과 같이 간다. 금년이 1983이라면, ‘장공’의 나이도 83세일 것이다. 83세라면 그리 젊은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늙은이 재세할 생각도 없다.

“오래살면 욕 먹는다”(壽則多眞辱)이라고 한다. ‘욕’이 많다는 것은 남에게, 또 자손에게 욕 먹는다는 뜻 보다도 나이 순서대로 가지 못하고 젊은 세대를 앞세운다는 것이 ‘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내 자녀, 친척, 친구, 동지, 후배들 중에는 나보다 먼저 간 이가 적지 않다. Necrology로 말한다면 그들이 나의 선배다. 나의 북미주 생활 10년 동안에 다시 못보고 보낸 분들이 많다. 나는 그들이 내게 보낸 마감 편지들을 들춰 읽는다. 나를 생각하던 그들의 순정 담긴 ‘절필’(絶筆)들이다.

나는 그들이 이미 떠나 갔다는 것 때문에 편지 보낼 생각도 떠나고 이제는 그런 생각 자체마저 망각의 심연에 침전됐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떠나갔을까? 그들이 이제는 ‘무존재’일까?

한 옛날 나의 소년 시절에 읽은 ‘메테르링그’의 「푸른새」를 연상한다. 세상 떠난 그들은 이 세상에서 떠났지만, 이 세상 생각만 한다. 그립고 외롭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생각해 주는 순간, 그 기뿐 소식이 직각적으로 그들 마음에 울려온다. 그래서 그들은 부디 우리를 잊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길이 막혔다. 이 세상에서의 망각이 그 입구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Keyman은 이 세상 인간이다.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고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마감편지를 읽으며 이제사 회답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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