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02-2125-0162
changgong@hs.ac.kr

장공의 글

[0101] 예찬(禮讚)의 말씀

장공전집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17 15:25
조회
1085

[0101]

예찬(禮讚)의 말씀

아씨시의 성자여, 볼딩구라 거친 초방(草房)의 한 구석에서 제단도 사제도 없이 주(主)의 성찬을 지키시고 깊은 침묵가운데 저 세상으로 옮기신 성자여, 당신이 가신지 700유여년 움부리아의 봄풀은 해마다 푸름니다. 그러나 흐르고 흐르는 큰 물결의 한 구비인 이 세상은 너무 변하지 않았습니까.

성자여, 당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主)의 가슴에 안기셨습니다. 거만(巨萬)의 부(富)를 가질 수도 있었으며 영예로운 무사(武士)도 될 수 있었습니다. 청춘의 붉은 노래 속에서 향연의 왕이라고 젊은이의 찬탄을 받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막히게 맑은 움부리아 창공에 흰구름이 흐르고 무너진 아씨시 성(城)틈에 묵은 풀이 푸른 봄날, 교외로 거니는 병여(病餘)의 당신 가슴 속에는 하염없는 공허가 느끼어졌습니다.

“헛되고 헛되어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 사람이 수고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해가 뜨고 해가 지나 같은 곳을 허덕이며, 바람은 남으로 갔다 또 북으로 오되 같은 곳을 돌고 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무엇인가”

“아 나의 과거도 헛된 것 뿐이다. 생각하면 하염없는 일이다.”

이리하여, 당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조그마한 암자 속에 모신 성상(聖像) 앞에 꿇어 엎디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영원한 실재(實在)이시며, 내 생명을 받으실 주인 이시라고. 이래(以來) 당신은 성루(聖淚) 머금은 두 눈으로 만상(萬相)을 보시며 일소부주(一所不住)의 순례자로 세상을 마치셨습니다.

성자여! 당신은 사랑으로 만상을 포옹하셨습니다. “형제인 태양이여, 자매인 달이여”하고, 아름다운 피조물 찬탄(讀樓)의 노래를 부르셨으며, 숲 속에 새를 모으시고 주(主)의 사랑을 말씀 하시며, 이리를 찾아가서 순순(淳淳)히 가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안(慧頻)을 대할 때 자연의 모든 것은 기뻐 뛰놀았으며 죄많은 사람은 가슴에 얼음이 풀리었습니다.

성자여! 당신은 주(主)의 십자가를 생각하시고 대로(大路)에서 통곡 하셨으며 머리에 재를 뿌리시고 참회를 끊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기도 하실 때 “오? 주여!” 하는 첫 말씀에 감(感)이 극(極)하셔서 더 많은 말씀 못하시고 눈물 흘리셨습니다.

성자여, 당신은 가장 작은 이의 형제가 되셨습니다. 걸인과 나병자와 빈자(負者)와 죄인의 가장 살뜰한 형제이셨습니다. 당신은 갈의승대(褐衣繩帶)에 일장일표(一校一飄)로 표박(漂泊)하시면서도 가난한 형제의 양식을 빼앗는가 하여 늘 염려하셨습니다.

성자여! 당신은 참으로 순진하셨습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서 거짓을 찾을 수 있사오리까. 당신의 행실에서 꾸밈을 볼 수 있사오리까.

성자여1! 당신은 참으로 겸손하셨습니다. 당신은 종교개혁가나 예언가로서의 의식(意識)을 갖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오직 당신의 영(靈)을 응시하시고 당신의 몸을 편달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정적(靜寂) 속에는 영원한 활동이 품기어 있었으며 당신의 여윈 몸에는 그윽한 후광(後光)이 둘리어 있습니다. 당신의 고요한 기도와 함께 어두운 종교계에 새벽이 왔습니다.

성자여! 그러나 당신의 자광편조(慈光遍照)하시는 거룩한 인격 속에는 아무도 손대지 못할 준엄한 힘이 숨어 흐름을 봅니다.

성자여! 당신이 가신 후 700여년, 세상에는 성빈(聖貧)을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맘몬의 발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기계와 기계의 접촉같이 차갑게 되었습니다. 유혈과 다툼이 진리가 되었습니다. 자비는 자기죄악의 엄식물(掩飾物)이 되었으며 위선자의 피난처만 불었습니다. 나팔과 팽과리 소리에 가두는 소연(騷然)합니다. 영리한 조그만 요마(妹魔)가 지붕에서 지붕으로 원숭이 같이 춤 줍니다. 수만(數萬)의 발자국 소리는 망령(亡靈)의 영탄(詠嘆)과 함께 멸절로 흘러갑니다.

성자여, 당신이 세상에 계실 때 교회당 안에는 도박과 고리대금이 공개 되였으며 승직(僧職)을 매매하며 빛다른 여자가 방황하였다 합니다. 당신의 거룩한 눈으로 어찌 그 현상을 참고 보셨습니까. 그러나 당선은 겸손하게 말없이 앉으셔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나라를 나타내셨습니다.

성자여, 지금은 말세라고들 말합니다.

미래세계의 물결소리가 원뇌(遠雷)같이 들립니다. 이제 우리는 거치른 우리 영혼의 폐허를 바라보며 성자의 발자취를 사모하여 예찬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主)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아멘.

在日本 조선기독청년회, 「使命」誌 제3호. 1926년

[김재준전집 제1권] 

전체 966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
공지사항
[귀국이후] (1) 머리말 - 범용기 속편
장공 | 2019.02.14 | 추천 0 | 조회 10515
장공2019.02.14010515
공지사항
[범용기 제6권] (1601) 첫머리에
장공 | 2018.10.29 | 추천 0 | 조회 11096
장공2018.10.29011096
공지사항
[범용기 제5권] (1) 北美留記(북미유기) 第七年(제7년) 1980 – 설날과 그 언저리
장공 | 2018.10.01 | 추천 0 | 조회 10553
장공2018.10.01010553
공지사항
[범용기 제4권] (1) 序章 - 글을 쓴다는 것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11284
장공2018.04.16011284
공지사항
[범용기 제3권] (1) 머리말
장공 | 2017.10.10 | 추천 0 | 조회 11538
장공2017.10.10011538
공지사항
[범용기 제2권] (1) 머리말
장공 | 2017.08.02 | 추천 0 | 조회 11455
장공2017.08.02011455
공지사항
[범용기 제1권] (1) 첫머리
changgong | 2017.06.26 | 추천 0 | 조회 12828
changgong2017.06.26012828
959
새해 머리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1987년 1월 19일]
장공 | 2021.01.25 | 추천 1 | 조회 1686
장공2021.01.2511686
958
[귀국이후] (15) [1722] 都市文明(도시문명) 안에서의 감사절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2145
장공2019.05.2402145
957
[귀국이후] (14) [1721] 山川(산천)에 歸國(귀국)인사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953
장공2019.05.2401953
956
[귀국이후] (13) [1720] 水原(수원)에서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987
장공2019.05.2401987
955
[귀국이후] (12) [1719] 答禮(답례)의 宴(연)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917
장공2019.05.2401917
954
[귀국이후] (11) [1718] 凡庸記(범용기) 1, 2권 合本(합본) 國內版(국내판) 出版記念會(출판기념회)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1974
장공2019.05.2001974
953
[귀국이후] (10) [1717] 1983년 晩秋(만추)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224
장공2019.05.2002224
952
[귀국이후] (9) [1716] 書(서)라는 것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084
장공2019.05.2002084
951
[귀국이후] (8) [1715] 글씨 쓰는 시간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059
장공2019.05.2002059
950
[귀국이후] (7) [1714] 첫 환영의 모임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216
장공2019.05.200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