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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5권] (95) 동경에서 – 50년전 혼자 떠난 부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16 08:57
조회
712

[범용기 제5권] (95) 동경에서 – 50년전 혼자 떠난 부두

나는 50년 전인 1929년 10월에 겨우 태평양 건널 선비만 갖고 혼자서 횡빈부두를 떠나던 생각이 났다. 지명관, 나중남 두 분 동지와 함께 그 부두를 찾아 태평양 가로 나갔다. 지금은 부두가 하도 많아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발견했다. 지금은 그 옆에 긴 다리가 바다 멀리까지 놓여 있어서 그 부두가 쉽사리 눈에 뜨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 교수는 다릿목 길가에 서 있고 나중남 목사와 나는 다릿목 왼쪽 언덕을 내리달아 한참 걸었다. 영락없이 그 부두였다. 외국선박을 위한 부두여서 지금도 거대한 외국여객선이 멀찌감치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배 이름은 ‘푸레시덴트 맥킨리’고 소속은 ‘달리 스팀쉽 컴패니’였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며는 그 대통령 이름으로 불리우는 새 배 한척씩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내가 탄 배는 맥킨리 대통령 때 지은 것이니만큼 고물딱지였고 우리는 배 밑창 별 값진 것 없는 짐짝들을 쳐넣은 곳간 모퉁이였다. 거기에 약 4조반 가량의 다다미방 하나가 일인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데가 있다. 그 자리도 다 차서 나는 쇠기둥에 닭장같이 만들어 단 쇠그물 ‘침대’에 헌 담요 석장 갖고 눕는다.

그때 그 부두 떠나는 Korean Passenger는 나 혼자였고 부두에까지 나와 전송해 준 이는 동경 Y의 최총무 한 사람 뿐이었다. 한 사람 가는데 한 사람 전송 간단 명료하다. 그래도 부두광경은 다채로웠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섞여 뱃전에 나섰다. 5색 ‘테프’가 마구 뱃전으로 날아온다. 부두에 나온 전송객들이, 가는 자기 친구에게 던진 것이다. 인연의 줄이 두켠에 맺힌대로 얼마라도 더 이어있기를 바라는 ‘안타까움’이다. 하도 많은 ‘줄’이 날아오니까, 네것 내것 없었다. 나도 쥐이는 대로 쥐었다. 수십줄 5색 ‘테프’가 내 손에서 부챗살같이 아래로 퍼졌다. 어떤 이가 그 광경을 촬영하여 후일에 내게도 한 장 보냈다. 내가 중심 Figure나 된 것 같이 찍혀 있다.

어쨌든, 나는 오늘 그 부두가에 서서 50년전 남은 돈 50원 갖고 태평양 건너 옛 인연을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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