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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5권] (84) 일본에서 – 箱根溫泉場(상근온천장)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15 08:23
조회
674

[범용기 제5권] (84) 일본에서 – 箱根溫泉場(상근온천장)에

3월 31일 – 어쩐지 위장에 고장이 생긴 것 같다. 정성스레 차린 식탁 앞에서도 구미가 동하지 않는다. ‘설사나 시원스러웠으면!’ 했지만 그것도 안된다. 다리와 발이 붓는다.

4월 2일(목) - 몸은 불편하지만 관광욕은 ‘건강’을 앞질러 독주한다. 오늘은 하꼬네 온천장으로 갈 작정이다.

하꼬네 箱根(상근)는 고산지대인 관서의 10 ‘다이묘오’(한국으로 말한다면 8도 관찰사 비슷한 성주들이다)가 에도(江戶)의 덕천막부 ‘정이대장군’ 뵈러 갈 경우 이 고개를 넘어 줄곳 산맥을 따라 ‘에도’까지 가마타고 가는 첫 관문이란다. 거기에 ‘세끼쇼’ 즉 관문(關門)이 있어서 상인이나 서민만이 아니라 ‘성주들까지도’ 검사하고 문초하고서야 아이강기(合鑑)라고 통관증을 주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관문을 졸라매야 했던가? 그건 관서의 쾌걸 ‘풍신수길’의 부하성주들이 반란을 일으켜 ‘에도’의 덕천(德川) 막부를 습격할까 두려워서였다고 한다.

지금은 누가 어디로 어떻게 가든 오든 조건 없이 ‘자유’지만 그 동리 사람들은 옛날 사적을 상품화하여 관광수입에 보태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돈내고 합감을 샀다. 그리고 산밑 미끈하게 자란 송림속 진흙길을 걸었다. 낙엽이 길바닥에 한자 깊이로 깔려 솜뭉치 밟는 발바닥이랄까, ‘몽글’한다.

이제 조금만 더 모퉁이를 돌면 관동평야일텐데 왜 일부러 험한 산길을 골랐을까? ‘에도’(江戶)까지 산타고 가는 수고는 대단했다는데! 다시 말해서 성주는 가마에 앉아 흐느적거리는 기분도 언잖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상여꾼인양 그것을 어깨에 매고 수건으로 머리통을 질끈 돌려 앞이마에 매듭하고 ‘엣사 엣사’ 험산 준령을 며칠이고 달려야 하는 졸개들은 어쩌라는 것일까? 그나 그뿐인가? 조공물로 바치는 쌀가마들, 선물로 바치는 필육(의복 천), 금과 은과 보석류, 바다의 어물 등등을 지고 메고 뒤따르는 끝없는 장사진(長蛇陣)을 상상해 보라!

1:30 PM에 지교수와 합류하여 ‘하꼬네’ 온천장으로 간다. 기차 여행이다. 종착역인 湯元(유모도)역까지 한시간 반 걸렸다.

그건 그렇고 – 지 교수와 나는 택시를 타고 ‘십국령’(쥬우고꾸 도오게)를 단숨에 치달았다.

바로 꼭대기 첫 집이 우리가 모이는 ‘만악루(萬嶽樓)다. 들어가자마자 뱀이 묵은 껍질 벗듯, 입고 간 옷가지를 훨훨 벗어 던지고 ’하오리‘라는 통잠옷 비슷한 것으로 몸을 가렸다.

독탕에 들어갔다. 더운 물이 주전자에서 끓는 물 나오듯 한다. 뜨거워서 손도 댈 수 없다. 냉수구멍을 튼다.

얼마 후에는 몸을 담글 수 있었다. 바깥은 짙은 안개에 덮여 호수 밑바닥에 잠긴 것 같았다.

식사 시간에 지, 오, 인하, 군식 등 일동이 한 식탁을 둘러 고급의 일본요리를 즐기지만, 나는 한 젓가락도입에 옮기지 못했다. 나 때문에 가벼운 양식을 가져왔지만, 내 배는 여전히 ‘파업’이다.

‘죽’을 한 공기 마시고 8:30 PM까지 지 선생과 대담했다.

다음날 오전에 다들 헤어졌다. 여러 가지 협의할 사항도 순조로이 합의됐단다.

그러나 나는 좀 더 쉬면 나을까 싶어 주저 앉았다. 지 선생이 혼자 남아 나를 맡았다.

배탈도 조금 나은 것 같았다.

4월 3일(금) - 일기는 맑다. 여기는 하꼬네 산맥이 둘러 막은 ‘분지’다. 간데마다 온천이다.

지 선생은 나를 만악루 건너편 ‘대용곡’ 온천에로 인도한다. 달걀 몇 개 사서 온천 바위 틈에 잠겄더니 5분 못 가서 ‘하아드 뽀일’이 됐다.

선물집에서 그걸 두 개씩 먹고 내려왔다.

‘만악루’ 근처까지 걸었다. 도중에서의 부사산 조망이란 얻기 어려운 절경이었다. 높은산이란 바라보는 사람이 선 자리의 높고 낮음에 따라 높게도 낮게도 보이는 것이다.

여기는 고산 지대다. 보이는 부사산도 그만큼 더 높게 보인다. 삼분지 일은 눈에 하얗다.

부사산은 평범하면서 위대하다. ‘파리미트’처럼 평지에서 불쑥 나와서 일만이천척의 창공에 치솟았다. 자상하고 복잡한 데도 없다. 한덩어리 원추형이 무겁게 앉았다. 진산(鎭山)답다.

평민의 나라 씸볼이랄까. 자리 기슭에는 밀림과 호수가 있다. 평민의 일상생활에 뿌리박은 표징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일본의 ‘진산’, 말하자면 ‘수호산’(守護山)이라 해서 ‘잘하나 못하나 나는 내나라 켠니다(My country Right or Wrong)이라는 윤리성 없는 나라 사랑의 표징인 것도 아니다.

일본군국주의가 이웃 나라들을 통째로 삼킨 마감녘에 부사산은 “나라징벌”의 표지(標識)가 됐다. 미군 공군기가 대판, 가와사끼, 도오교 등을 불태울 때, 무사산은 미국 공군편대의 길잡이 됐었다 한다.

그만하면 어른다운 ‘진산’이랄 수 있겠다.

어쨌든, 낙조에 붉은 하늘 위 흰눈 봉우리, 활짝 치솟은 ‘후지노 다까네’는 장중 그것이었다.

삭도(Cable Car)로 “유모드”에 내려왔다.

지 선생 안내로 본격적인 관광코오스를 다녔다.

관광객을 위한 호화스런 기선을 타고 ‘아시노꼬’를 종단했다. 폭발한 화산 구멍에 둘레의 골물이 보여, 갇힌 ‘물통’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산중호(山中湖)로서는 큰 규모였다.

‘유모도’ 부두에 돌아와 지 선생은 동경가는 기차를 타고, 요꼬하마 교회 김군식 목사가 나를 인수했다. ‘리레’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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