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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5권] (76) 北美留記(북미유기) 第8年(제8년) 1981 – 요세미데 계곡에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10-11 08:35
조회
723

[범용기 제5권] (76) 北美留記(북미유기) 第8年(제8년) 1981 – 요세미데 계곡에

3월 3일(화) - 요세미데 계곡을 간다.

7:00 AM에 떠나 몬트레이 쪽을 향하여 차를 몬다.

일기는 음산하다. 태평양은 물결이 뒤집힌다.

바람이 거세다. 산은 모두 큰 바위 하나로 된 봉우리다.

급경사로 바다에 내려 박힌 바위 산 중턱을 까헤치고 겨우 One Lane 신작로를 열었다. 페이브는 다 되 있었다.

Primo라는 데 가서야 해변에 모래사장이 생겨 있다.

2:00 PM쯤에 Mrs. ‘구’가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해변사장에 앉아 해초향기 속에서 흥겨웁게 먹으려 했었지만 그건 ‘꿈’이었다.

태평양 물결은 뒤집히고 바람은 차고 거세다. 바닷물은 얼음냉수 같이 차다.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5:00 PM쯤에 Solbang에 도착했다.

여기는 덴마크 어부들이 처음 개척한 그들의 식민지란다.

덴막 말을 하고 덴막 글을 쓰고 음식도 덴막식 음식이고 시가도 덴막의 어느 한 ‘타운’을 옮겨 심은 것 같게 꾸몄다.

여기에 경동교회 조신덕 집사가 산다.

조신덕 집사는 경동교회 창설교인으로서 세상 떠난 한영숙의 어머니다.

남병헌 박사의 장모다. 내가 경동교회 창설목사로서 같이 고생한 내 교인을 안 만나고 갈 수가 있겠는가?

이창식 목사는 길찾기와 집찾기에 expert인데, 여기는 집에 번호도 아무 것도 없다.

이 집에 묻고 저 사람께 묻고 하며 헤매다가 결국 찾았다.

이신덕 집사는 마침 둘째 사위(?) 급서의 비보가 와서 슬퍼하고 있었다.

나는 가정예배 겸 추도예배를 드리며 그리스도의 부활의 말씀으로 위로했다.

어쩌다 한번 ‘목사’ 노릇을 제대로 한 셈이었다.

구애련 권사는 조신덕 집사와 밤새가며 얘기했고 구장로와 나는 해변가 한 Motel에서 하루밤 지냈다.

3월 4일(수) - 새벽같이 떠났다. 일행은 구장로 부부와 이형숙 집사와 나 네 사람이다.

요세미데는 산의 3분지 1까지는 봉우리가 흰 눈으로 덮였고 3분지 1쯤, 산허리부터 아래는 비가 오고 있었다.

우리가 달리는 신작로는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 속에서 길이 몰골로 변했다.

구 장로는 자신있게 물을 가르며 질주한다. 쾌속 야트가 바닷물 Surf를 가르며 달리는 식이다.

차창이 밀폐돼 있으니 우리는 별천지다.

“비야 오겠거든 오라! 우리는 건재하다.”

계곡이 가까울수록 비는 더 온다. 하늘이 온통 물줄기가 되어 쏟아진다.

캄캄 어두워서 요세미데에 도착했다. 케빈을 한 채 세냈다.

침실 둘과 가운데 마룻방, 세면소가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오늘 소낙비에 벼락이 변전기를 때려서 전기가 안 온다.

heating도 전기 시스템인데 전기 없으니 ‘난방’일 수가 없다.

주인은 뿔랭켓을 한 사람에게 두석장씩 더 주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구 장로가 창가에, 이 목사가 맨 구석 편에, 내가 가운데 누웠다.

구 장로는 곧 코를 골았지만 나와 이 목사는 잠이 추위에 밀려 어디론가 후퇴했다.

다음은 ‘추위’의 점령지대다.

추위를 달래기 위해 얘기를 시작한다.

이창식 목사도 잔다. 나는 혼자 창 바깥 드높은 파란 하늘에 유난스레 밝은 만월을 본다.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었다. 한시 한 구절 떠오른다.

“臥着明月天心鏡, 坐聽飛瀑地軸鳴”

‘한시’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즉흥이 그러했으니 적어두는 것 뿐이다.

봉우리의 눈이 녹고 소낙비가 왼종일 퍼부은 덕분에 우리는 풍부한 수량의 폭포들을 간데마다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시성 이태백은 여산(驪山) 폭포를 보면서 날아 3천척을 내린다 했지만 요세미데의 폭포들은 그 곱은 넉넉히 높을 것 같았다.

나는 ‘폭포광’이랄까, 어두컴컴한 숲속에서도 폭포를 찾는다.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아서 수량은 풍부하달 수 없어도 폭포는 폭포다. 꼭대기에서 살금살금 녹아나고 있는 눈이 폭포줄기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어떻든 폭포 내리든 암벽에는 폭포가 있다.

송전소에서 오늘밤 안에 송전할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은 한사람에게 담요 네 장씩이나 더 갖다주고 초도 푸짐하게 배급한다. 촛불이란 시원스레 밝지도 않고 밤낮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성가시기만 하다. 전기 난로가 피지 않으니 체온으로 자리를 덥히기란 어이 없는 기대다. 이 목사와 나는 얘기로 추위를 삼았다. 12시쯤에 어슴프레 잠들었지만 밤새 소금 구은 것만은 사실이다.

3월 6일(금) - 늦게 일어났다. 절벽에 걸린 폭포들이 눈에 서언하다. 이태백의 ‘관폭’ 시를 외운다.

日照香爐生紫煙 (일조향로생자연) 遙看瀑布掛長川 (요간폭포괘장천)
飛流直下三千尺 (비류직하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락구천)

‘항로에 해 비춰 자색연기 감돈다. 저 멀리 골물에 폭포수가 걸렸네,
삼천척 벼랑을 단숨에 나는 것은,
구만리 하늘에서 내리쏟는 은하수일까!’

봉우리 자체가 6천척을 넘는다니까, 아주 엉터리 상상은 아니라 하겠다.

3월 5일(목) - 우리는 어젯밤에 떤 것이 기분을 잡쳐서 한시라도 더 오래 지낼 생각이 없엇다.

조개 화석 몇 개를 기념으로 사 넣고 걸어 걸어 봉우리 뒷 정수리에 올랐다. 오늘은 명랑하다. 구권사가 갖고 온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떠났다. 요세미데 최고봉 뒷덜미를 밟아줄 심산이다. 차를 몰아 거의 목덜미쯤까지 갔다. 한 십분 더 올려몰면 된다는데 눈과 빙판 때문에 길이 막혔다. 마침 거기가 스키장이어서 건너편 언덕에 스키꾼들이 뛰며 미끄러진다. 그리 큰 소나무는 아니었지만 송림이 푸르다. 거기에 갓 내린 솜눈이 소복소복 얹혀 있다.

모두모두 ‘크리스마스 츄리’처럼 아름답고 화평스럽다.

한참 서성거리며 서 있다. 올라가지 못할 바에는 내려간다고 비스듬히 그어진 길을 조심스레 달렸다. 조촐한 산장 옆에 원시림이 남아 있다. 제일 큰 나무는 아니라는데도, 내 키 언저리에서 안으면 열여섯 아름이다. 바로 저쪽 눈 속에 그보다 더 굵은 나무가 있다고 한다.

뭘 기념하려거든 ‘나무’를 심어라! 허긴 전두환이 심은 기념수는 허리가 싹둑 잘렸다지만!

세웠더 차를 다시 몰아, 까마득히 하늘을 덮은 상록수 숲을 뚫고, 벼랑에 억지로 금 그은 외줄길을 달렸다. 골물은 무너져내린 바위떼를 핥으며 때리며 넘어뛰며 흘러간다. 신선세계에서나 자랄까 싶은 영기 어린 산화(山花)가 ‘각기 그 종류대로’ 집단부락을 이루고 산다. 골물이 뿜어내는 하얀 거품이 물가의 화단과 어울려 길손의 눈에서 피곤을 씻는다.

우리는 ‘카아멜’에서 ‘스파게티’로 저녁식사를 때우고 달려달려 밤 12시에사 집에 왔다. 목욕하고 자리에 누웠다. 전기담요가 포근하게 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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