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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4권] (85) 野花園餘錄(其四) - 살쪘다 말랐다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9-14 08:12
조회
619

[범용기 제4권] (85) 野花園餘錄(其四) - 살쪘다 말랐다

한 서너달 전부터 배가 뚱뚱하고 아랫배가 나오고 아랫도리와 발은 팽팽하다. 낯도 어딘가 살이 붙은 것 같았다. 양복저고리 단추가 안 걸리고 양복바지 춤이 번다. 헐렁이던 구두가 작아서 걷기 거북하다.

“오새 신색이 아주 좋아지셨어요! 기쁩니다”, “제발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하고 다들 좋아한다.

밤 잘 동안엔 발을 높이고 눕는다. 아침에 보면 홀쭉해진다. 일어나 앉으면 또 뚱뚱이다. 겉 모양으로서는 무슨 부유층이나 VIP같다.

그런대로 나는 L.A., 일본, 서독 등지에 두달 장기여행을 떠났다. 5월초에 돌아온 나는 지쳤달까? 몸 전체가 팽팽할 정도다. 왜 그런지 알아나 보자고 전문의 Dr. R. KIM을 찾았다. 좀 복잡하지 “Doctors Hospital”에 입원하란다. 오만가지 검사가 반복되며 계속된다.

위장에 물이 찼으니 우선 물을 배설해야 한단다. 하룻밤 쉴새 없이 가스와 물이 폭포가 된다. 아침에는 ‘위’도 ‘아랫배’도 ‘홀쭉’이 됐다.

나는 병상에서 내 손을 본다. 늘어났던 가죽은 늘어난데로 결이 서서 늦은 가을 애호박처럼 홀쪽하게 까칠하다. 가죽 속 핏대는 낙엽의 엽맥같이 드러난다. 몸 어디에도 윤기는 없다. 이제 젊음은 갔다. 아무도 나를 젊달 사람은 없겠다.

병원에서 최종 종합진단을 내렸다.

“위장보다도 간장이 문제란다.” 약 3년전부터 만성 간염이었는데 지금 급성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한다. 간에서 단백질을 만드는데 그 기능이 약해서 단백질의 부족으로 몸이 붓는 것이란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아하, 굶은 사람이 마감판에 뚱뚱 부어 죽는 이유도 알만하다’고, 어쨌든 지금 ‘홀쪽’이 됐으니 부엇달 수는 없겠다.

특효약이란 건 없으니 식사조절이나 잘 하란다. 소금은 절대 금물이고 피곤할 정도로 일하지 말고 햇빛 잘들고 바람 잘통하고 조용한 방에 계속 누워 쉬라는 것이다. ‘장기전’이라고 다시다시 일러준다. “몸도 자동차 같아서 그때그때 ‘튠업’해야 굴른다”고 Dr. KIM은 대수롭잖게 웃는다. 열흘만에 퇴원했다.

그래도 80평생을가족 돌볼 사이도 없이 교회와 사회를 섬기노라다가 지저분하게 널어만 놓고 갈 생각은 없다. 차근차근 정돈해 놓고 가야겠다.

‘민통’이니 ‘유엠’이니 ‘코엘리션’이니 ‘민주동지’니는 몇갑절 유능한 후배들이 맡았으니 자랑스럽다. 한국에 남아 있는 한국신학대학과 ‘기장’과 ‘수난성도’들을 생각하면 눈감고 갈 수 없는 아픔이랄까! 메마른 두 손을 합장한다.

[198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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