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02-2125-0162
changgong@hs.ac.kr

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118) 5ㆍ16 군사반란(1961) – 대한일보 논설도 쓰고(1962)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9-26 08:50
조회
537

[범용기 제2권] (118) 5ㆍ16 군사반란(1961) – 대한일보 논설도 쓰고(1962)

나는 비교적 조용하게 수유리에 은거(隱居) 했다.

그렇다고 동면(冬眠)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설교부탁은 여기저기서 거의 매주일 되었다. 교회 창립기념예배니, 누구의 환갑잔치니, 목사위임식이니 하는 등등의 교회 행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초청된다. 약혼식, 결혼식 주례로서의 빈도도 상승한다.

신문 잡지 등에서 ‘잡문’ 부탁도 온다.

친구의 유혹이 있으면 명산 대천에 관광도 간다. 말하자면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하루는 황혼이 짙어 컴컴한 수유리 내 ‘장막’에 김연준 대한일보 사장이 찾아왔다. 그는 나를 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선생님, 대한일보 논설위원으로 모시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사설은 신문사로서의 주장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제가 신문을 맡은 바에는 사설이 독특한데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설’이 시사(時事)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구차한 콤멘트나 하는 정도라면 또 하나의 신문을 경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고 경제고 문화고간에 ‘도의’(道義)가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저는 ‘도의’ 사설을 꼭 넣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밖에는 부탁 드릴 분이 없습니다. 며칠에 한번씩 잠시 들러 주십시오, 그때는 제가 제 차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그 바쁜 시간에 이렇게 먼길을 찾아주셨는데 거절하기 죄송합니다만, 그러면 가담가담 잡문이라도 적어 보내겠습니다. ‘사설’은 너무 어마어마하구요.”

그는 “꼭 논설위원으로 모시겠습니다” 하면서 떠나갔다.

그때 마침 내가 강원도 정선지방을 탐승한 일이 있었기에 그 기행문 비슷한걸 적어 보냈더니 그 비좁은 지면을 계속 할애해 주었다.

얼마 지나서 그는 또 밤에 찾아왔다. 말하는 도중에 라디오에서 ‘중대방송’이 있다면서 진행 중의 프로를 중단한다. 우리도 잠시 얘기를 중지했다. ‘통화개혁’이란 것이다.

“손해 당할 조건은 없습니까?” 했더니 자기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다면서 태연했다.

그럭저럭 나는 대한일보가 KCIA에 의하여 폐문될 때까지 10년 동안 논설위원 책임을 계속했다. 그야말로 날마다 잠시 들리는 정도였지만 논설위원 회의에는 꾸준하게 참여했다.

그때 논설위원으로서는 강영수(주필), 주요한(회장), 허우성, 한태연, 신상초, 조동필, 엄요섭, 김은우, 민병기(후기에) 등등이었다. 모두 야당적인 평론가들이었지만, 강영수 주필만은 치밀한 신중론자로서 가시돋힌 단어를 매끈하게 갈아넣는 명수였다.

전체 966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추천조회
공지사항
[귀국이후] (1) 머리말 - 범용기 속편
장공 | 2019.02.14 | 추천 0 | 조회 8575
장공2019.02.1408575
공지사항
[범용기 제6권] (1601) 첫머리에
장공 | 2018.10.29 | 추천 0 | 조회 9073
장공2018.10.2909073
공지사항
[범용기 제5권] (1) 北美留記(북미유기) 第七年(제7년) 1980 – 설날과 그 언저리
장공 | 2018.10.01 | 추천 0 | 조회 8513
장공2018.10.0108513
공지사항
[범용기 제4권] (1) 序章 - 글을 쓴다는 것
장공 | 2018.04.16 | 추천 0 | 조회 9270
장공2018.04.1609270
공지사항
[범용기 제3권] (1) 머리말
장공 | 2017.10.10 | 추천 0 | 조회 9692
장공2017.10.1009692
공지사항
[범용기 제2권] (1) 머리말
장공 | 2017.08.02 | 추천 0 | 조회 9448
장공2017.08.0209448
공지사항
[범용기 제1권] (1) 첫머리
changgong | 2017.06.26 | 추천 0 | 조회 10895
changgong2017.06.26010895
959
새해 머리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1987년 1월 19일]
장공 | 2021.01.25 | 추천 1 | 조회 1517
장공2021.01.2511517
958
[귀국이후] (15) [1722] 都市文明(도시문명) 안에서의 감사절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961
장공2019.05.2401961
957
[귀국이후] (14) [1721] 山川(산천)에 歸國(귀국)인사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780
장공2019.05.2401780
956
[귀국이후] (13) [1720] 水原(수원)에서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815
장공2019.05.2401815
955
[귀국이후] (12) [1719] 答禮(답례)의 宴(연)
장공 | 2019.05.24 | 추천 0 | 조회 1743
장공2019.05.2401743
954
[귀국이후] (11) [1718] 凡庸記(범용기) 1, 2권 合本(합본) 國內版(국내판) 出版記念會(출판기념회)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1807
장공2019.05.2001807
953
[귀국이후] (10) [1717] 1983년 晩秋(만추)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034
장공2019.05.2002034
952
[귀국이후] (9) [1716] 書(서)라는 것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1916
장공2019.05.2001916
951
[귀국이후] (8) [1715] 글씨 쓰는 시간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1879
장공2019.05.2001879
950
[귀국이후] (7) [1714] 첫 환영의 모임
장공 | 2019.05.20 | 추천 0 | 조회 2020
장공2019.05.20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