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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제2권] (65) 환도와 재건(1953-1958) - 환도

범용기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8-28 09:24
조회
590

[범용기 제2권] (65) 환도와 재건(1953-1958) - 환도

1952년 5월 2일 – 휴전회담에서, 포로교환 이외의 항목은 모두 합의되었다.

우리는 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환도’ 준비를 서둘고 있었다.

김세열, 이남규, 함태영 등 한신켠 원로목사들도 환도에 동의했다.

스캇 박사도 동의했다. 스캇 박사는 한신 이사회에서 한신 정교수로 선임하여 이사회가 주최로 취임식까지 지낸 동역자다. 말하자면 ‘선교사’가 아니라, 동역 목사요 교수였다.

우리도 하루 속히 환도하기로 했다. 나는 식구들과 함게 허수레한 보따리 몇 개를 꾸려 들고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역시 입성금지였으나 얼마 문답한 다음에 허락되었다.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 쑥밭으로 변했다던 교정도 원상으로 복구되 있었다.

쓰레기통으로 변했던 기숙사 우물을 처냈다. 며칠 후에는 많고 시원한 샘물이 고였다. 인민군들이 거기다가 시체를 쳐 넣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그런 흔적은 없었다.

이승만 박사는 지금도 휴전반대 데모를 열심히 지원하고 있었다. 삼청동과 효자동 막치기와 계동과 재동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나머지 서울 판은 문자 그대로 초토였다. 불에 타서 부실부실한 흙이 아니면 기왓장, 벽돌 등속의 파편 덮인 벌판이었다. 아내와 나는 진고개 가본다고 떠났다. 진고개는 없었다. 명동성당이 전에 모습으로 ‘언덕 위에 세운 성’ 같이 돋보였기에 그 옆을 더듬어 진고개 5정목께로 갔다. 역시 기왓장과 벽돌 벌판이었다. 나는 힘만 있다면 저 부러진 벽돌들을 실어다가 6.25기념관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자동 한신 캠퍼스는 난리 겪은 건물로서는 그래도 괜찮은 축이었다. 우리 집도 다 없어지지는 않았다. 부서진 창문에 널빤지라도 붙여야 밤중의 냉기를 막을 수 있겠기에 버려진 널빤지 조각들을 여기저기 붙이기 시작했다. 당장 순경이 찾아와서 “가옥수리 허가를 받았느냐?”고 묻는다. 못 맡았다니까, “안되오. 법대로 안하면 고발하겠오!” 하고 덜렁댄다. 큰 법은 ‘꿀꺽’하고 ‘새새’한 말단 규정에는 까다롭게 군다.

기분이 나빴다. “깔따귀는 걸러 먹고 약대는 통째로 삼킨다”는 예수의 말씀이 연상됐다.

책은 다 없어지고 기구도 불쏘시게로 날아갔고 그야말로 ‘빈집’이었다.

나는 본격적인 재건을 꿈꾸고 있었다.

동자동 캠퍼스는 싫어졌다. 우선 판국이 좁고, 바로 정거장 옆이라. 기차 소리, 자동차 소리, 밤새도록 ‘소음’의 회오리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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