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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글

[범용기] (6) 몇 가지 토막 이야기 - 다섯 살 때 토막 기억

범용기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6-28 09:03
조회
2604

몇 가지 토막 이야기 - 다섯 살 때 토막 기억

내 다섯 살 때 [러ㆍ일전쟁]이 있었다. 러시아 패잔병들이 동네 장정들을 우리집에 모여 놓고 무언가 공갈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윗방에 모여 서 있었는데 나는 어머니 가슴에 안겨 무섭지가 않았다. 후에 안 일이었지만 러시아 병정들은 동네 장정들을 징용하여 군수품을 운반시키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튿날 일본 군함이 옹기를 포격하고 해병대가 상륙하는 바람에 러시아 군대는 허둥지둥 강 건너로 도망치고 군수품 남은 것들은 동네 사람들이 많이 나누어 가졌다. 길다란 군인 외투 ‘삼개’, ‘흘레발이’(빵), ‘고삭개 술’, 군용탄재(블랭캣) 등 속이 집집마다 감춰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깨끗하게 없었다.

며칠 후에 나는 아버님과 집앞 언덕 위에 나란히 앉아 일본 군대가 줄지어 발맞추어 행진하는 것을 보았다. 신기해서 오래 오래 보고 싶었다. 그때 일분 군대는 깔끔해서 어디서나 민폐끼치는 일이 별로 없었다고 들었다.

나는 다섯 살 때 아버님이 손수 붓글씨로서 써 주신 ‘천자’ 또는 ‘백수문’을 외웠다. 읽었다기 보다는 앵무새처럼 외운 것이다. 다 떼고서 ‘통강’까지 했다.

다음에는 동몽선습을 가르친다. ‘천자문’을 줄줄 외우는게 귀여워서 자꾸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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