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空 회보

[회보 제20호] 장공 다시 읽기 - 선떡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07 17:43
조회
419
[제20호] 장공 다시 읽기

선떡


장공 김재준


에브라임이 이방인과 섞임이여
에브라임은 뒤집지 않은 떡이로다
외방인이 그의 힘을 삼켰는데도
그는 이것을 알지 못하도다.
백발이 그의 위에 뿌려졌는데도
그는 이것을 알지 못하도다.
이스라엘의 자랑이 그를 대결하여 증언하는 데도
저들은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는도다.
이 모든 것 때문에 그를 찾지도 않는도다.
에브라임은 비둘기,
어리고 지각없는 비둘기,
애굽을 향하여 불러보고,
앗시리아로 가는도다.
저들 가는 데마다, 내가 내 그물을 저들 위에 펴리니
공중의 새 같이 내가 저들을 잡아내리라.
저들의 행악(行惡) 때문에 내가 저들을 징벌하리라.
(호세아 7:8~12)


북에 앗시리아 대제국, 남에 이집트의 노대국, 그 사이에 ‘다리’ 구실 밖에 못하는 약소국 에브라임(이스라엘 북왕국). 그는 이쪽 눈치, 저쪽 코치에 얼빠져 뒤집지 못한 ‘선떡’이 되어 버렸다. 그는 어리석은 비둘기 같아서 제 손으로 제 둥이 틀 줄은 모르고 이 산에 가서 ‘뻐꾹’, 저 산에 가서 ‘뻐꾹’ 소리만 부풀어, 화살 맞기나 알맞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에브라임의 애국시인, 예언자 호세아의 경책이다.


여기서 제일 무서운 말씀은, 외방인이 그 힘을 삼켰으나 “그가 알지 못한다”, 백발이 성성한데 ‘그가 알지 못한다’는 구절이다. ‘그런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교직자(敎職者)가 그 영에 성신(聖神)의 불이 꺼진지 오래고, 그 믿음이 김 빠진지 오래다. ‘그는 그런 줄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유명한 교직자인 줄 알고 사사건건에 앞장을 선다. 그러나 성신의 동력이 끊어졌으니 영의 기관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사람들이 무어라 한다. 그는 노엽고, 분하고 또 초초하다. 그러나 그는 지나간 날의 ‘명성’을 무(無)에 돌리고 싶지 않다. 그는 속화(俗化)한 간지와 모략, 그리고 아첨하는 사교로 타다 남은 체면을 세워보려 한다. 멋없이 교 만한가 하면 면괴(面愧)할 정도로 비굴하기도 한다.


오랜 교인들 중에는 수십 년 교회 관습에 달아서 매끄러운 바둑돌 같은 사람도 있고 껍질이 굳어지고 속치가 말라서 ‘고목’ 같은 ‘정통’ 명물도 종종 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문화인’이 되어보면 거기는 거기대로 그런 경향이 있다. 그림 전람회, 영사회(映寫會), 음악회, 사교클럽, 양식점, 그리고 찻집 등에 드나드는 그 자연스러움! 그러나 예배회(禮拜會), 기도회의 한 시간이 가져 오는 그 퇴굴(退屈)과 몰취미와 부자연스러움! 그것은 종교가 문화와 대결한다는 경우에 느껴질 법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 그런 의식도 없이 그저 그렇게 되는 거기에 오히려 그 진상이 밝혀진다. 거기에는 육(肉)의 세계가 있다. 거기에는 심미의 세계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과 교통하는 영의 세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옛날 어떤 눈먼 이가 밤중에 시골 길을 걸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밤이고 낮이고 그에게는 매 일반 이지만, 혹 눈 떴다는 사람들 모르고 부딪칠까봐 등불을 들고 나갔다. 얼마 가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 맞 부딪혀 버렸다. 그는 골이 나서 ‘눈 떴다는 녀석이 내 손에 든 등불도 못보느냐?’고 고함쳤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었던 등불은 벌써 전에 꺼져 버린 것이었 다. 다만 그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아마도 눈이 멀었기 때문에 제 손에 쥔 등불이 꺼진 줄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는 붉은 ‘워드카’에 난취(亂醉)하여 제 정신 없이 광패를 부리는 ‘이북’이 있는가 하면, 금송아지 제전에 난무하여 제 정신없는 ‘이남’도 있다. 선떡, 어리석은 비둘기, 백발이 늘어가건만 ‘그런 줄도 모른다.’ 눈 먼 이에게 들려진 등불의 경우를 연상케 한다.


예수님도 아마 그래서 ‘눈은 몸의 등불이니...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인데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느냐?’하고 민망히 여기신 것이 아닐까?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느라고 하지말고 우선 보는 눈부터 찾으라고 하시며 ‘너희가 거듭나야 하겠다. 거듭 나지 않고는 결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성의 철저한 갱신! 영으로 난 자, 그것이 있은 다음에라야 보고, 알고, 고쳐질 것이라는 말씀이다.


*워드카 : 보드카(Vodka)의 옛말



따수하고 보드러운 마음씨
위로주고 위로받는 마음씨
민중의 마음, 땅은 그들의 것
맹수의 시대는 간다(空)
장공휘호병풍 기증본 중에서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0호] 2014년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