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空 회보

[회보 제20호] 권두언 - “너희 젊은 것들은 뭐냐?” / 박원근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07 16:43
조회
462

[제20호] 권두언


“너희 젊은 것들은 뭐냐?”


박원근 목사
(기장 증경총회장)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4개월이 가까이 된다. 우리는 졸지에 304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다. 다수가 대한민국의 미래요, 희망인 생떼 같은 귀한 집 자식들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이 나 라 재난구조 체계의 붕괴와 재벌과 한통속이 되어버린 관료기관들의 탐욕, 총체적 부정부패, 직무위기가 그들을 팽목항 앞 바다에 수장시켜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호의 침몰이었고, 이 순간을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은 망연자실, 오열하며 비통해 울어야했다. 우리는 아직도 그 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의 해체를 말하고, 대한민국의 개조를 국민 앞에 약속하기 전까지 침통한 자괴감에 빠져 분노하는 민심을 진정시킬 수조차 없었다. 이것이 관료사회와 국민 사이에 공감을 이루는 듯해서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전화위복의 실낱같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꿈 은 사건 100일이 지나면서 깡그리 뭉개져버렸다. 304명의 희생자를 민족의 제단에 관제로 쏟아 붓고도 이 나라를 고칠 수 없다면 과연 절망하는 이 민족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천주교는 교황까지 와서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했고, 스님 앞에 나가 위로를 청하는 희생자 가족들은 있는데, 진실과는 거리가 먼 교황 무오설이나 마리아 우상숭배를 말하며 위로자를 비방하다가 냉대와 멸시를 받아야 하는 개신교의 현실이 안타깝다. 어찌하다 개신교는 슬픔 당한 자들에게 위로도 못주고, 절망한 자들에게 희망도 줄 수 없는 쓰레기 종교가 되고 만 것인가? 가슴이 미어진다.


장공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선생님! 1975년, “당신이 자리를 비운 이 나라는 마치 장수를 잃은 군대처럼 갈팡질팡이다”며 “빨리 돌아오시라”는 문익환 목사님의 편지를 받으시고 “너희 젊은 것들은 뭐냐? 다 늙은 내가 나가야 한다면 싸움은 이미 진 싸움이 아니냐?”며 편지로 불호령을 하셨다지요. 문 목사님은 “예, 알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꽁지에 불이 붙은 호랑이처럼 남들이 보기엔 꼭 미친놈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문익환 목사님은 북조선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하고, 죽은 전태일과 장준하 선생을 이 역사 속에 되살려내시며, 이 나라의 숙원인 민주화도 앞당겨 주셨다. 그러나 또 혼이 날 망정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것을 어떻게 하랴!


유교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예수의 제자가 되신 당신은 기독교의 사슬도 끊어버리고 자유인이 되셨다. 그 자유는 ‘죽어서 사는 길’을 걸으시며 얻은 자유였고, 당신은 그 길 맨 앞에 서서 몸으로 벽을 부수며 또 부수며 역사의 새 장을 열어가셨다. 밝아오는 새 날을 바라보시며 “고요한 아침의 나라 빛 속 에 새롭다”고 감격하셨다. “이 빛 삶 속에 얽혀 이 땅에 생명탑 놓아 간다”며 기뻐하시고, 우리 모두를 향해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 가자”며 격려해주시고, 이끌어주셨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을 사람의 생명보다도 더 귀하고 가치 있다고 믿는 물신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나님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고도 깨닫고 돌이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핵폭탄의 재앙이 우리 한반도를 집어삼켜 버릴 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는 돌이킬 수 가 없다. 지금이 바로 변해야 될 절호의 기회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제물 삼아 하나님 중심, 생명존중의 나라로 바꾸어 가야한다.


이 일을 누가 해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하겠는가? 대한민국 국회가 하겠는가? 바알세불이 바알세불을 내쫓는 것을 보았던가? 그들의 말을 믿고 기대를 가졌던 것 자체가 아주 큰 과오였다. 이 일은 ‘죽어서 사는 길을 걷는 사람들’, ‘하늘의 씨앗들’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1975년, 문익환 목사님에게 대노하시며 불호령을 내리셨던 장공 선생님은 지금 우리 기장인을 향해서 “너희 젊은 것들은 뭐냐? 다 늙은 내가 나서야 한다면 싸움은 이미 진 것이 아니냐?” 불호령을 내리신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0호] 2014년 9월 15일